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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특수부대, 최소 1년간 대만 육군과 비밀 군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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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만 육군 전차부대가 지난 1월 신주(新竹)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 육군 전차부대가 지난 1월 신주(新竹)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군이 특수부대와 해병대의 소수정예 병력을 대만에 배치해 대만 군인들과 합동 군사훈련을 해왔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군이 대만에 병력을 배치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양안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해온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이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0여 명 규모의 미군 특수부대가 대만 육군 일부 부대의 훈련을 지원해 왔다고 전했다. 또 미 해병대도 대만 해군과 함께 보트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은 적어도 1년 동안 대만 현지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미군의 이런 움직임은 수년간 지속된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최근 위협에 대비해 대만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상징적인 노력이라고 이 관계자는 WSJ에 말했다.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각종 첨단무기를 잇달아 사들이며 군사력 확충에 나섰지만, 대만의 전술적 능력에 대한 미 국방부의 우려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토퍼 마이어 미 국방부 특수작전·저강도 분쟁 담당 차관보는 지난 5월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은 대만의 역량 강화를 돕기 위해 병력 배치를 강력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섬 방어에 필요한 여러 작전의 훈련 필요성과 함께 특수작전 부대를 언급하며 "우리가 강력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전·현직 관리들과 군사전문가들은 미군과 대만 군부대 간의 합동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단순히 대만에 군사장비를 파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미군의 대만 내 훈련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WSJ은 전했다. 한 미군 관계자는 "(대만 내) 미군 병력은 순환 병력으로 스케줄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1일부터 나흘 연속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약 150대의 군용기를 무단 진입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중국이 동원한 군용기에는 J-16 전투기와 H-6 전략폭격기, Y-8 잠수함 폭격기 등이 포함됐다.

미군 고위 관리들은 앞으로 6년 이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일각에선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도 필요하다면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추궈정 대만 국방장관은 6일 "중국이 2025년 이후 대만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WSJ과 인터뷰에서 "대만은 지난 15년 동안 국방에 소홀했다"며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 시간 안에 파괴될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면서도 중국의 전쟁 계획에 치명적인 대함미사일이나 정예병력 훈련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중 간 긴장을 고려할 때 미군의 대만 배치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라고 미 관리들은 WSJ에 전했다. 중국은 미군의 움직임을 약속 위반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을 확인하고, 대만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킨 바 있다.

앞서 ADIZ 사태로 미국이 중국의 도발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사전 합의를 준수하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주권을 지키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연내 화상으로 개최될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의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 통상정책, 신장위구르 차지구의 인권 탄압 등에서 각을 세우고 있어 대만 문제로 충돌할 경우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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