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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만 사망 말라리아 정복 첫발 뗐다…WHO, 백신 첫 승인

중앙일보

입력

6일(현지시간) WHO가 세계 최초로 말라리아 백신을 공식 승인했다.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WHO가 세계 최초로 말라리아 백신을 공식 승인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6일(현지시간) 말라리아 백신을 최초로 공식 승인했다. 유엔(UN)과 국제사회는 “아직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말라리아 정복을 위해 WHO가 역사적 첫 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매년 50만명 죽이는 말라리아 정복 '첫 발' 

이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 주요 외신은 “WHO의 말라리아 백신 승인으로 매년 50만 명을 죽이는 질병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광범위하게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하면서 “이 질병의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대륙(아프리카)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제공하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말라리아는 암컷 학질모기(아노펠레스)에 물려 전염된다.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들인 뒤 말라리아 원인 기생충(원충)을 인체에 주입한다. 이 원충이 간세포와 적혈구에 들어가 기생하면서 혈액세포를 파괴한다. 감염되면 고열·두통·오한이 나타나며 구토와 설사 증상도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고, 감염자의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어린이다. 2019년 한해 세계적으로 2억2900만 건이 발생했는데, 94%가 아프리카에서 나왔다. NYT에 따르면 말라리아로 매년 50만 명이 사망하며 이 가운데 26만 명이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어린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2000건의 감염 사례가 나오는 정도다.

말라리아는 같은 사람을 여러 차례 감염 시킬 수 있어 특히 치명적이다. NYT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어린이들은 살충제 처리가 된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더라도 매년 평균 여섯 차례 말라리아에 걸린다고 보도했다. 말라리아에서 회복되더라도 면역 체계를 영구적으로 변화시켜 다른 병원체에 취약해진다.

말라리아 모기는 사람 몸에서 피를 빨아들이고 말라리아 원인 기생충(원충)을 주입해 병을 감염시킨다. 연합뉴스

말라리아 모기는 사람 몸에서 피를 빨아들이고 말라리아 원인 기생충(원충)을 주입해 병을 감염시킨다. 연합뉴스

백신+치료제 병행시 사망률 70% 낮춰 

WHO의 말라리아 백신 승인은 2019년 가나·케냐·말라위 등 3개국에서 실시된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시범사업을 통해 3개국 어린이 80만명이 총 230만회분 접종받았는데, 말라리아 예방률은 39%, 중증 예방률은 29%였다. 예방률은 다소 낮지만, 백신 접종과 말라리아 치료제 복용을 병행하면 입원율과 사망률이 7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 백신과 함께 기존 말라리아 예방 수단을 사용하면 매년 수만명의 어린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말라리아 백신으로 WHO의 최초 승인을 받은 유일한 제품은 모스퀴릭스(Mosquirix)로 불리는 ‘RTS,S/AS01’이다. 이 백신은 말라리아의 원인 기생충 가운데 하나인 ‘열대열 말라리아 원충’이 사람 혈관에 들어오면 면역체계를 작동시키고 간세포 감염을 방지한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1987년 개발한 제품으로 시범 사업에 활용됐다. WHO는 생후 5개월 이상 어린이에게 해당 백신 4회분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아프리카와 열대열 말라리아 원충으로 인한 말라리아 전염도가 높은 지역 아동에게 사용을 권했다.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에서는 살충제가 처리된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는 어린이도 매년 6차례 이상 말라리아에 걸린다고 NYT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에서는 살충제가 처리된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는 어린이도 매년 6차례 이상 말라리아에 걸린다고 NYT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RTS,S/AS01 백신을 광범위하게 보급하기 위해 세계보건계의 자금 지원 결정과 해당 백신을 말라리아 억제 수단으로 도입하는 개별 국가의 의사 결정이 다음 단계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마츠히디소 모티 WHO 아프리카 지역국장은 “말라리아 백신 접종 권고를 통해 더 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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