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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끓는 아이들 50명 돌연 숨졌다…印 덮친 '미스터리 열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도 북부 지역에 발생한 미스터리 열병으로 1주일만에 어린이 50명이 사망했다. 아이들을 고열과 두통 등에 시달리다 빠르게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인도 북부 지역에 발생한 미스터리 열병으로 1주일만에 어린이 50명이 사망했다. 아이들을 고열과 두통 등에 시달리다 빠르게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몸살을 앓는 인도에서 원인 모를 열병이 퍼져 일주일만에 어린이 최소 50명이 사망했다. 현재 같은 증상으로 입원한 어린이 환자는 수백명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만에 어린이 50명 사망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최근 인도의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어린이들이 고열을 동반한 관절통과 두통, 탈수,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미스터리 열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어린이들은 팔과 다리에 발진 증상도 나타났다.

미스터리 열병으로 인한 사망자의 대다수는 어린이고, 일부 어른들도 같은 증상으로 사망했다. 현지 매체인 힌두스탄타임스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피로자바드 지구에서만 지난 한 주동안 미스터리 열병으로 어린이 32명과 성인 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의 의사 니타 쿨슈레스타는 "환자들이 입원 후 매우 빨리 사망에 이른다"고 말했다. 사망자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들의 증상이 뎅기열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뎅기열 바이러스는 주로 암컷 숲모기를 매개체로 전염되며 혈소판이 감소해 인체 여러 곳에서 과다 출혈이 생기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사망에 이른다. 뎅기열에 감염될 경우 어린이 사망률이 성인보다 최대 5배 높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다만 아직 뎅기열이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미스터리 열병의 원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숲모기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AP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숲모기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AP

BBC는 인도에서 어린이들이 미스터리 열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질낮은 의료 서비스, 부실한 영양상태가 겹친 데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전염병에 취약하다. 1978년에는 일본 뇌염이 발병해 6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대다수가 어린이였다. 2013년 예방접종이 도입돼 환자 수는 줄었지만 올해도 428명이 감염됐고 17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비위생적 환경, 방치된 아이들…전염병에 취약

2014년에는 뇌염과 심근염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이 급증했다. 과학자들이 질병에 걸린 어린이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160명이 발진티푸스를 유발하는 박테리아의 항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당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전파된다. 아이들이 집에서 장작을 다루거나 진드기가 들끓는 덤불에서 야외 배변을 하다 감염된다. 2006년에는 인도 서부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어린이 사망자가 증가했다. 분석 결과 그 지역에 많이 자라는 계수나무 열매를 따먹고 식중독에 걸린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인도 뉴델리에서 한 어린이가 야외 배변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야외 배변을 하다 진드기에 물려 전염병에 감염되는 일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에서 한 어린이가 야외 배변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야외 배변을 하다 진드기에 물려 전염병에 감염되는 일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빈곤과 기아, 무지, 부모의 감독 부재, 아이들 혼자 주변 식물에서 장난감과 먹을 것을 구하는 환경으로 인해 인도 어린이들이 원인 모를 괴질에 자꾸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하고 정기적인 조사가 뒤따르지 않으면 더 많은 '미스터리 열병'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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