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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탐구생활]십자군 전쟁과 기사 때문에 생겼다고? 신탁이 뭘까

중앙일보

입력

이웃집 아이는 주식 투자를 한다는데, 우리집 경제교육은 “아빠 피곤하니까, 내일 설명해줄게”에 머물러있다고요? 건강한 부(富)의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첫걸음.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부모탐구생활로 시작해보세요. 부모를 위한 뉴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가 전해드립니다. 이번엔 신탁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신탁은 왜 생겨났을까요? 신탁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보겠습니다.

부모탐구생활. 신탁이 뭔가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부모탐구생활. 신탁이 뭔가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선을 앞둔 어느 날, A씨는 어린 자녀와 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요. 뉴스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출신 정치인 홍길동 씨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백지신탁을 체결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린 자녀가 A씨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백지신탁이 뭐야?” 순간 이마에 식은 땀이 맺혔습니다. 재빨리 휴대폰으로 백지신탁에 대해 검색한 A씨. 아이에게 ‘백지신탁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소유한 회사에 대해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본인이 보유한 주식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위기를 넘긴 A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궁금한 것이 많은 아이는 재차 질문을 했습니다. “아빠. 그럼 신탁이 뭐야?”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빠, 신탁이 뭐야? 

신탁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요. 신탁이란 무엇일까요? 신탁의 사전적 의미는 믿을 신(信), 맡길 탁(托)이라는 문자 그대로, “어떤 사람이나 법인을 믿고 무언가를 맡기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신탁의 개념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익한 법률 제도이며 금융상품입니다.
우리는 펀드 운용보고서에서, 신문기사에서, 또는 재건축을 알리는 아파트 현수막에서 “투자신탁, 유언대용신탁, 부동산신탁“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신탁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에 나선 기사의 재산을 지켜라! 

그러면 “신탁” 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현재와 같은 법적 형태의 “신탁”은 근대에 들어서야 법제화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믿고 맡기는 행위” 자체는 중세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중세시대부터 재산 보전이나 세금 회피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재산을 믿을 수 있는 제3자에게 맡기는 행위”가 종종 있었습니다.

십자군전쟁 때 예루살렘 원정을 떠나는 봉건기사에게는 자신의 재산을 지켜줄 “믿을 만한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내 재산을 가로챌 수 없도록, 전쟁이 끝나고 살아 돌아왔을 때까지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겠죠. 이런 경우, 그 지역의 명망 있는 인사가 재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부모탐구생활. 신탁이 뭔가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부모탐구생활. 신탁이 뭔가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또, 자신이 보유한 재산을 타인에게 맡겨 자신의 재산을 은닉함으로써, 봉건영주로부터의 재산몰수나 세금 회피, 채권자로부터 재산을 은닉하는 등 탈법적인 동기에 의해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청빈을 강조하던 중세 교회는 신도에게서 기부 받은 토지를 직접 소유하는 대신 타인에게 맡긴 후,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익만을 취하기 위해 신탁을 이용하기도 했는데요. 이렇듯 다양한 목적을 위해 행해지던 “믿고 맡기는 행위”는 근대에 들어 법제화되며, 현재의 “신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변화한 신탁제도…신탁 규모 1039조원 달해

현재의 신탁으로 변모하게 되며 크게 2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신탁의 이용 목적입니다. 주로 중세시대에는 세금 회피, 재산 은닉 등 탈법적인 동기에 의해 많이 이용되었지만, 근대에 들어서는 순수한 목적의 재산 관리 및 처분을 맡기는 제도로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수탁자(재산을 맡아주는 사람)의 변화입니다. 종전에는 재산 보관의 역할만을 수행할 수 있으면 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명망가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주로 수탁자로 선임했지만, 점점 재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회사)가 수탁자로 선임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말 기준, 국내에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및 부동산신탁회사까지 총 56개의 회사가 신탁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수탁액은 총 1039조원에 달합니다. 이렇게 신탁이 폭넓게 활용되게 된 데에는 ‘신탁재산의 독립성’ 이라는 특징이 주효했습니다.

신탁이 설정되면 그 신탁재산은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로 이전되어, 신탁재산의 권리자가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변경되고, 신탁재산은 더 이상 위탁자의 재산이 아닌 것이 됩니다. 또한, 수탁자가 형식상 신탁재산의 권리자라고 할지라도 수탁자는 수익자를 위하여 그 신탁재산을 소유하는 것일 뿐이며,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이 아닙니다.

즉,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재산으로부터도 독립된 재산이며, 수탁자의 고유재산과도 독립된 재산이므로, 위탁자 또는 수탁자가 파산하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신탁재산은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위탁자나 수탁자에게 채권을 가지고 있는 자라 할지라도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신탁재산의 법적 특성을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신탁의 특성에 기초해 우리가 흔히 활용하는 재태크 수단인 ‘펀드’라는 금융상품도 ‘신탁’을 활용하여 펀드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고, 우리의 노후를 책임질 ‘퇴직연금’ 또한 ‘신탁’을 통해 퇴직연금자산을 안전하게 관리 및 운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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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부동산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아파트 등의 선분양 시, 신탁을 통해 부동산의 소유권 및 분양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택재건축사업 진행 때에도, 통상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조합에 신탁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라는 특성과 더불어, 신탁은 위탁자와 수탁자간의 ‘1대1 계약 관계’로, 전문성을 갖춘 금융기관에 현금을 맡기고 자유롭게 운용 지시를 하여 나만의 자산운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법인 뿐만 아니라 개인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탁을 통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증식시키는 목적으로도 활용하려는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헬로!페어런츠를 배달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헬로!페어런츠를 배달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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