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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1조 투기 신화, 누가 만들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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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정효식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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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2018년 3월 14일 퇴임식에서 8년간 시정을 “무에서 유를 창조한 시간” “성남시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뤄진 것이 없었다”며 최대 치적으로 어르신 소일거리 사업, 무상교복, 청년배당과 함께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을 꼽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따르면 성남 판교대장 개발사업은 2014년 5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대 그린벨트 임야와 농지 92만481㎡(약27만8000평)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주거·상업·공공용지를 조성하고 아파트 등 5903세대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를 ‘무에서 유 창조 신화’로 내세운 건 민관합작사업 방식으로 민간 개발업자(화천대유)를 끌어들여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5503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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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국민임대주택 1200가구 계획을 취소하고 일반 분양해 1830억을 배당받았고, 신흥동 제1공단 공원조성 및 지하 주차장 건립비(2761억원)와 대장동 북측터널·대장IC·배수지(920억원)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원·도로·터널 등 기반시설은 당연히 조성할 비용인데 이익으로 포장하고 국민임대주택(공익성)은 포기하고 아파트 분양사업만 벌였다는 논란이 뒤따랐다. 또 1830억원을 지역화폐로 성남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시민배당 계획이나 1공단부지 공원조성 사업도 이 시장 퇴임과 함께 이뤄지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외 용지와 아파트 분양이익 대부분을 화천대유에 ‘반값 토지수용’과 ‘분양가 상한제 제외’란 혜택과 함께 몰아줬다는 것이다. 이에 화천대유와 관계된 개인 투자자 7명(천화동인 1~7호)이 자본금 3억5000만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배당금 4040억원과 자체 아파트 분양사업 이익 약 3000억원을 얻었다고 한다. 앞으로 사업정산이 끝날 때까지 배당금과 분양이익은 계속 불어나 최종적으로 1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주역 64괘 중 가장 좋은 궤에서 따왔다는 화천대유 뜻(‘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처럼 단군 이래 초대박 투기 신화를 창조한 셈이다.

집 없이 쫓겨난 철거민 단체인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 민·관합작법인 성남의뜰 고재환 대표 등을 같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한다. 여권 눈치만 보던 김오수 검찰총장이 신속하게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에 착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