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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세대'가 밀어올린 獨녹색당…"기후변화 웃을일 아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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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른바 '메르켈 세대'로 불리는 독일 젊은 층이 ‘포스트 메르켈’ 정치권 판도를 뒤바꾸게 될까.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하원선거(총선)에서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로 내건 환경정치 정당인 녹색당이 창당 이래 최다 의석(118석)을 획득한 가운데, 30세 이하 유권자 층에서 녹색당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독일 국제방송 DW는 녹색당과 자민당이 도시의 젊고, 교육받은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를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포어슝스그루페 발렌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30세 이하 유권자는 녹색당(22%)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자유무역을 앞세운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자민당, 20%)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 17%)이 뒤를 이었고 집권당인 기독교민주·기독교사회 연합(기민·기사련, 11%)은 4위에 그쳤다.

유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 녹색당은 사민당(25.7%)과 기민·기사련(24.1%)에 이어 3위(14.8%)의 지지를 받았다. 1980년 출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으로 현재 의석(67석)보다 51석을 보태게 됐다. 자민당(11.5%)이 4위,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10.3%)이 5위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은 코넬리우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이후 16년 만에 새로운 총리를 뽑는다는 것은 이번 선거가 특별한 선거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DW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생애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은 유권자는 약 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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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녹색당 안나레나 베어보크(오른쪽)과 로베르트 하베크(왼쪽) 공동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녹색당 안나레나 베어보크(오른쪽)과 로베르트 하베크(왼쪽) 공동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녹색당의 약진 배경에 이른바 '메르켈 세대'로 불리는 독일 젊은이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 이전 시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기후변화의 위기가 닥친 시기에 메르켈이란 지도자가 물러나는 것을 우려해 군소 정당인 녹색당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 앞서 독일이 직면한 12가지 의제를 질문했을 때 기후 변화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지목한 응답자가 43%에 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38%)보다 앞선 1위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녹색당은 2035년까지 화석 연료 사용을 퇴출하겠다는 가장 강력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메르켈 세대’의 녹색당 돌풍은 정작 메르켈 총리가 소속한 기민·기사련의 표를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총선 출구 조사 때 30세 이하 유권자는 기민·기사련(24%)을 가장 많이 지지했고 녹색당은 11%에 불과했다. 4년 만에 녹색당 투표율은 11%P 올랐지만 기민·기사련은 13%P나 빠진 11%에 그쳤다.

이 같은 ‘역전 현상’엔 기록적 홍수가 발생한 지난 여름 집권 기민당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르 대표가 수해 현장에서 웃는 모습을 보이며 유권자의 분노를 산 게 큰 이유로 꼽힌다. 반면 "너무 늦기 전에 행동을 취하자"고 목소리 높인 안날레나 배어복 녹색당 대표의 유세 현장엔 젊은이들이 북적였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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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유민주당(FDP) 크리스찬 린드너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자유민주당(FDP) 크리스찬 린드너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선 자민당도 2017년 이후 두 번 연속 10%를 넘기며 ‘킹메이커’로서 지분을 과시했다. 30세 이하 유권자 층에서 자민당 지지율도 4년 전 대비 7%P 올랐다. DW는 녹색당과는 전혀 다른 친기업적 성향의 자민당이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은 배경 중 하나로 독일의 디지털 인프라 재정비 공약을 꼽았다.

결과적으로 녹색당과 자민당은 독일의 다양한 연정 시나리오에서 유력한 연정 협상 대상으로 꼽히면서 몸값이 치솟았다. 가장 유력한 형태인 '신호등 연정'과 두 번째로 가능성이 거론되는 '자메이카 연정'에 모두 들어간다. 신호등 연정은 사민당(적색) 주도로 녹색당(녹색), 자민당(황색)이 연합한 형태다. 세 당의 색이 신호등과 같아 이런 별칭이 생겼다. '자메이카 연정'은 기민당(흑색)과 녹색당(녹색), 자민당(황색)이 연합하는 경우로, 당 색이 자메이카 국기와 닮아 이런 별칭으로 불린다.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은 사민당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한 기민당이 연합하는 대연정 시나리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민당이 기민당과의 연정을 꺼리고 있어 녹색당과 자민당의 연정 동시 참여 가능성이 높다. DW는 '두 킹메이커'는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어 향후 여정이 험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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