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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경쟁력 … 인구 63%가 30세 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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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베트남이 7일 숙원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 가입의 꿈을 이뤘다. WTO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회를 열어 베트남의 회원국 가입을 승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와 사회주의의 비효율성, 열악한 인프라 등 문제점도 많지만, 10년 후를 내다보면 중국을 뛰어넘을 만한 역동성을 지닌 나라가 베트남이라는 점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현재 호찌민 부근 14만여 평의 부지에 반도체 조립라인을 건설 중이다. 모두 3억 달러가 투자되는 이 공장이 2008년 완공되면 인텔의 동남아 전초 기지가 된다. 인텔은 당초 이 공장을 태국에 세우려 했다가 올 초 베트남으로 바꿨다. 그 이유에 대해 브라이언 크자니치 인텔 부사장은 "신기술을 배우려는 젊고 우수한 인력들의 의지가 우리를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엔 베트남의 잠재력이 그대로 들어 있다. 어떤 이들은 여기에 베트남 국민의 애국심을 더한다.

오토바이를 탄 베트남 사람들이 7일 대형 수입차 광고판을 배경으로 하노이 도심을 달리고 있다. 출퇴근 시간 도심 거리를 가득 메우는 오토바이 군단은 베트남 경제활력의 상징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7일 총회에서 베트남을 150번째 WTO가입국으로 승인했다. [하노이 AFP=연합뉴스]

◆ 개혁적인 지도 체제=올 4월 베트남 공산당 10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수도 하노이에선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공산당 지도부가 전당대회에 상정될 정치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해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이 나라 공산당 76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계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응우옌흐엉(27)은 "당시 인터넷은 물론 정부청사 앞에 보고서가 공개돼 있는 걸 보면서 얼떨떨했다"며 "그러나 정부가 진짜 민주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수만 건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된 개혁안은 젊고 민주적이며 개혁적인 지도체제 구축으로 나타났다.

우선 1200여 명의 대의원이 자유토론 과정을 거쳐 150명의 중앙집행위원을 뽑고 당 서기장을 선출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정치국원 간 합의로 이미 결정된 인물을 추인하고 발표하는 형식뿐이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나이 제한도 도입됐다. 예컨대 초임 집행위원은 55세를 상한선으로 정했다. 초임 정치국원은 60세, 중임 정치국원은 65세로 연령 상한선을 뒀다. 이전에는 나이 제한이 없었다.

그 결과 지도부는 젊은층으로 바뀌었다. 당 핵심 수뇌부 5명 가운데 농득마인(65) 현 공산당 서기장(서열 1위)만 유임되고 60대 중반을 넘은 나머지 4명은 모두 젊고 개혁적 인사로 교체됐다. 당과 행정부의 부패 척결에 앞장섰던 응우옌민찌엣 호찌민시 당서기가 주석에 오르고, 시장경제의 선봉장인 50대 응우옌떤중 수석부총리가 총리에 기용됐다. 베트남 사회과학원의 응오수엉빙 박사는 이 같은 지도체제 개편을 "20년 전 시작된 도이머이(개혁.개방)가 인사 시스템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국 뺨치는 교육열=하노이 중심부의 동다 지역. 젊은 부부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한국판 강남 8학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니찌오 유치원과 킴리엠 초등학교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보내지 못해 안달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이 두 학교를 거치면 하노이 국립대학 같은 명문대 입학이 거의 보장된다. 이 때문에 입학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니찌오 유치원은 사립 유치원인데 입학과 동시에 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실시한다. 이 유치원을 졸업하면 대부분 킴리엠 초등학교로 갈 수 있다. 킴리엠은 베트남 최고의 어린이 교육시설과 교과과정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사들도 석사 이상이 많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간다고 끝난 게 아니다. 1학년 입학과 동시에 하나뿐인 A반 시험에 합격해야 명문대 입학이 보장된다. A반은 학년별로 한 개씩 있는데 일종의 영재반이다. 영재반에 자녀를 넣기 위해 부모들은 자녀에게 별도의 과외수업까지 시킨다. 영재반 운영에 대해 비난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경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교육훈련부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의 대학교는 255개, 대학생은 140만여 명이다. 그러나 대학 가려는 고등학생이 매년 100만 명 넘게 쏟아져 나와 명문대 경쟁률은 10대 1을 훨씬 넘는다. 의대와 법대, 그리고 정보기술(IT) 관련 학과의 경우는 대부분 20대 1을 넘는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대학 부족 현상과 교육 품질 향상을 위해 교육혁신팀을 구성해 선진국 교육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과학의 실용화와 창의성 교육이 핵심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0년까지 정보화 시대에 맞는 교육제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 "젊음과 애국심"=하노이 국립대 짠쭈잉(경영학4)은 내년에 졸업하면 영국으로 유학 가 금융을 전공할 생각이다. 가능하면 박사학위까지 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는 영국에서 오래 살 생각은 없다. "박사학위 뒤 현지에서 5년간 선진 금융 비즈니스를 익힌 뒤 돌아와 국가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해외 거주자의 국내 송금은 베트남 경제에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추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 거주자는 300여만 명으로, 이들의 지난해 송금액은 거의 70억 달러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액수다. 베트남 해외동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해외 거주자들이 본국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통 소득의 60% 이상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도이머이(Doi Moi)=베트남어로 새롭게한다는 뜻. 이 정책은 정부가 계획통제 및 제반 규제를 포기하고 경제기능을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그 방향을 설정하였다. 도이모이 정책의 개혁방향은 다부문 경제체제의 활성화, 국가 행정조직의 개편, 대외경제관계의 적극적 추진 등이다. 이러한 도이모이 정책의 추진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되는 분야는 역시 지금까지 폐쇄경제를 개방시장 경제로 전환함으로 발생하는 대외경제분야라 할 수 있겠다.

하노이 = 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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