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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껄끄러운 PSI 비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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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자회담 현안 등을 논의할 한.미 차관급 전략회의가 7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렸다. 유명환 외교부 차관(左)과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右)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가운데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사진공동취재단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한.미 외교라인의 고위급 회동이 이뤄졌다. 미국 측은 6자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압박을 통한 북 핵문제의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비롯한 미측 방한단은 7일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 천영우 6자회담 수석대표와 연쇄 회담을 열었다. 6자회담 재개와 안보리 결의(1718호) 이행 문제가 핵심 의제였다. 번스 차관과 함께 온 로버트 조셉 미 국무부 군축차관은 박인국 외교부 외교정책실장과 별도로 면담했다.

양측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등 민감한 현안은 피했다. 회담 참석자들에 따르면 미국 측은 남북 경협 문제 등 특정 사안에 대한 요구나 권유를 하지 않았다.

◆ "6자회담 실질 진전이 중요"=유 차관과 번스 차관의 회담 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양측은 6자회담이 한 차례 열린 뒤 다시 공전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북한이 핵 보유국 행세를 하며 6자회담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할 것에 대비해 사전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협상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이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강경 대응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송 실장은 번스 차관에게 "안보리 결의 이행과 함께 대화 노력을 병행해야 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가운데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PSI, 언급 없었다"=외교부 당국자는 조셉 차관과 박 실장의 회동에서 PSI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셉 차관은 한국 정부에 대해 수차례 PSI 정식 참여를 촉구했다. 따라서 이번 방한 때 PSI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양측은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 보고서 작성과 관련해 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우리 측은 북한 화물 검색 문제에 대해 남북 해운합의서를 활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주도의 PSI에 참여하지 않고도 안보리 결의 이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의미다. 미국이 요구하는 항구에서의 화물 검색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언.김성탁 기자

◆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 부품의 이전을 막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 협력 체계.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화물선의 이동을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80개 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정식 참여를 유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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