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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논술테마] 깨끗한 에너지 또는 흉기 … 핵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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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이런 양가(兩價)적 모습은 과학의 속성과 일치한다. 과학의 진보로 인간의 수명이 늘고 질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됐으며,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루게 됐다. 반면 각종 공해와 이상 기후로 인한 고통도 늘고 있다. 과학은 생활의 민주화를 앞당김과 동시에 '자연의 반격'을 끌어들이는 주범이 된 것이다. 즉 과학은 문제 해결의 열쇠이자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 과학이 가진 두 얼굴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공기에서 식량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질소 비료는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독일의 프리츠 하버(1868~1934)는 그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연구는 그 뒤 독일군의 유태인 학살과 폭약 개발에 악용됐다.

현대에는 과학이 연구자 개인의 의도나 사회적 책임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과학이 과학자의 순수한 열정이나 탐구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말이다. 두 번의 폭발로 50여 년 넘게 세계를 긴장시켰던 원자폭탄 개발만 하더라도 정부의 군사.정치적 지원을 받아야 가능했다. 조직화된 시스템 안에서 연구가 진행되므로 개발 비용을 대는 주체의 이익에서 과학이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과학 이론의 결정에는 가설과 이론뿐 아니라, 세계관과 가치관.문화적 전통의 총체인 패러다임이 영향을 미친다"는 미국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1922~96)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서 우리는 노벨상을 받은 폴란드 출신의 미국인인 '철학하는 화학자' 로알드 호프먼(1937~)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는 반인반마의 인간이면서 괴수였다. 온전한 인간도 아니었고, 온전한 괴수도 아니었다. 해칠 능력이 있으면서도 선을 추구한 존재였다. 마치 화학처럼."

과학이 켄타우로스가 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철학

☞생각 플러스:핵은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 청정 에너지로 각광받지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하는 이율배반성을 가지고 있다. 이 위협에서 자유로우려면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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