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英 상·하원 “중국대사는 출입 불가”…신장 관련 제재에 맞불

중앙일보

입력

영국 상·하원이 정저광(鄭澤光) 주영 중국 대사의 의회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출입을 금지했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를 지적한 영국 의원들을 제재하자 이에 영국 의회가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사의 의회 출입을 금하는 유례없는 조치에 중국 측이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영-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 보수당 의원 이언 덩컨 스미스(오른쪽)와 누스라트 가니(가운데)가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영국 의회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집단 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보수당 의원 이언 덩컨 스미스(오른쪽)와 누스라트 가니(가운데)가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영국 의회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집단 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이번 출입 금지 조치는 정 대사의 의회 방문 일정 하루 전에 이뤄졌다. 당초 정 대사는 15일 중국에 관한 영국 의회 내 초당적 의원 모임인 ‘APPG 차이나(APPG China)’ 행사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앞서 중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9명 중 한 명이자 전 보수당 당수인 이언 덩컨 스미스 하원의원이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동료 의원들이 린제이 호일 하원의장에 정 대사의 의회 내 연설 금지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에 호일 의장은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과 이 문제에 대해 상의했고 “정부가 아닌 의회가 결정할 문제”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호일 의장은 “각국 대사들이 정기적으로 의회 의원들과 유대관계를 증진해왔다”면서도 “중국이 우리 의원들에 대해 제재를 가한 상황에서 중국 대사가 의회에서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저광(鄭澤光) 주영 중국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정저광(鄭澤光) 주영 중국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그는 성명에서 “만약 중국 정부가 제재를 해제한다면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가 진행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재가 이어지는 한 영국 의회에선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존 맥폴 영국 상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양원 의장은 최근 소속 의원들에 내려진 중국의 제재를 감안해 APPG 차이나의 행사는 의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열려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9명 중 한 명인 누스라트 가니 하원 의원은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례가 없는 금지령 결정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어떤 정권의 잘못에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의회가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사용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신장 위구르 수용소에 수감됐더 우즈베키스탄인 피해자가 눈물 흘리며 조직적인 성범죄를 당한 일을 폭로하고 있다. [CNN 캡처]

지난 2월 신장 위구르 수용소에 수감됐더 우즈베키스탄인 피해자가 눈물 흘리며 조직적인 성범죄를 당한 일을 폭로하고 있다. [CNN 캡처]

제재를 받은 또 다른 의원인 팀 로튼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대량학살을 벌인 중국 정부가 의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에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의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적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26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지적한 영국 인사 9명과 4개 단체에 입국 금지와 중국 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했다.

영국 의회의 결정에 대해 주영 중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대사관 측은 “중국의 제재는 영국의 앞선 행동에 따른 것이다. 영국 의회 특정 인물들의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은 양국 모두에게 해롭다”며 “국가 간의 관계는 상호 존중과 평등, 상호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중국 측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해치려는 모든 시도에 항상 단호히 대응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시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