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보도 놓고 英·中 갈등 심화…BBC특파원, 대만으로 떠나

중앙일보

입력 2021.04.01 11:49

BBC의 존 서드워스 베이징 특파원이 중국 당국의 압박과 위협에 중국을 떠나 대만으로 옮겼다고 BBC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서드워스는 9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일하며 신장 위구르의 인권 탄압 의혹을 주도적으로 보도해왔다.

터키 이스탄불에 거주중인 위구르족들이 지난 3월 25일 "중국을 저지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에 거주중인 위구르족들이 지난 3월 25일 "중국을 저지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서드워스는 비자가 만료되기 불과 며칠 전인 지난주 베이징을 떠났다. 그는 "너무 위험해서 (중국에) 계속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복 경찰들이 공항, 그리고 체크인 포인트까지 따라왔다"고 주장했다.

존 서드워스는 지난주 베이징을 떠나 대만으로 이주했다. [트위터]

존 서드워스는 지난주 베이징을 떠나 대만으로 이주했다. [트위터]

그는 중국을 떠나기 전 B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팀은 법적 조치와 함께 대규모 감시·방해·협박 등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최근 몇 달간 중국 당국의 압박과 위협이 심화했다"고 밝혔다.

BBC는 자사 특파원인 존 서드워스가 베이징을 떠나 대만으로 건너갔다고 31일(현지시간) 알렸다. [BBC 트위터]

BBC는 자사 특파원인 존 서드워스가 베이징을 떠나 대만으로 건너갔다고 31일(현지시간) 알렸다. [BBC 트위터]

BBC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서드워스는 중국 당국이 세계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진실을 폭로했다"면서 "그가 베이징에 있는 동안 했던 보도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BC 베이징 지국의 다른 기자들은 남아있고,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BBC 방송은 중국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재교육' 수용시설에 수감된 여성들에게 집단 성폭행·고문·강제피임 등이 자행됐다고 폭로했다. BBC는 이 시설을 탈출한 여성들과 경비원 출신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를 보도했다.

이 보도는 영국과 중국이 외교적인 갈등을 빚는 계기가 됐다.

사진은 2018년 신장 위구르의 한 여성이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는 모습. 뒷편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사진은 2018년 신장 위구르의 한 여성이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는 모습. 뒷편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보도 내용은 거짓이라며 BBC와 영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 BBC의 줄임말은 '영국의 편파적인 회사(British Bias Corporation)'"라면서 BBC를 '영국 정부가 통제하는 정치적 꼭두각시'로 지칭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는 이유로 중국 국영방송 CGTN의 방송허가를 지난 2월 취소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BBC의 월드 뉴스 텔레비전 채널이 중국에서 방송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맞대응했다. 또 국영 글로벌 타임스는 신장 자치구 주민들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중국의 명예를 훼손한 BBC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로이터]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로이터]

서드워스의 거취와 관련, 중국 외교부 측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드워스의 기자증을 갱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최근 며칠 사이, 우리는 그가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그는 관련 부서에 어떠한 정보도 알리지 않았고 떠나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BBC는 "언론사 특파원들이 중국 베이징을 떠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중국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의 특파원들을 추방했다"고 전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뉴스1]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뉴스1]

지난해 9월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 2명이 중국 공안으로부터 국가안보와 관련한 수사를 받기 전까지는 출국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5일간의 외교적 대치 끝에 귀국했다.

지난 2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외신 기자들이 신장 수용시설과 관련한 중국 측 설명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외신 기자들이 신장 수용시설과 관련한 중국 측 설명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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