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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에버테크노 정백운 대표…버려진 축사서 '벤처 신화' 를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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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장과 종업원 2명은 그곳에서 동고동락하며 '무지개 꿈'을 꿨다. 휴대전화 및 반도체.LCD 장비업체 에버테크노의 창업당시 모습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충남 아산시 산동리 본사에 130억원을 들여 연면적 4200평 규모의 새 공장을 지었다. 그간 식구는 256명으로 늘었고, 올해 매출은 8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백운(50.사진) 사장은 "2010년엔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것"라며 야심찬 의욕을 내비쳤다. 정 대표는 엔지니어로 잔뼈가 굵은 경영인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충남기계공고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금성전기(현 LG정보통신)에 취업했다. 이곳에서 10년간 무선전화.팩시밀리 등의 설계업무를 익힌 그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FA(공장자동화) 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겨 13년간 일하며 부장까지 올랐다. 또 미래산업의 반도체장비 개발팀장으로 스카웃돼 2년을 더 일한 뒤 창업을 결심했다. 25년간 장비 개발을 해온 만큼 기술만큼은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창업자금은 5000만원이 전부였다.

그해 6월 어렵사리 삼성전자 휴대전화 조립라인의 검사 자동화 장비를 처음 따냈다.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 장비보다 검사 속도가 세 배 빠른 장비를 납품하겠다고 제안해 수주한 3억원짜리 프로젝트였다. 6개월을 고생한 끝에 납품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로봇과 모터의 컴퓨터 제어에 문제가 발생해 기계가 걸핏하면 멈춰섰다.

삼성전자 구미 공장을 수도 없이 찾아가 고쳤지만 야속하게도 말썽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다시 만들어 주기로 하고 장비를 들고 나왔다. '첫 작품'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자 회사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일감없이 버티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허름한 공장에도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다시 납품한 기계가 문제없이 돌아가면서 회사가 약속대로 세 배의 생산성을 올려주자 삼성전자는 발주량을 대폭 늘렸다. 밀려든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이듬해 종업원을 12명으로 늘리고 밤을 낮 삼아 일했다. 새벽 5시까지 일해야 납품 기일을 겨우 맞출수 있었다. 이런 강행군에 힘입어 창업 이듬해에 78억원의 매출을 올려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정 사장은 "한 달 야식비로만 300만원씩 써가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했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핑돈다"고 회고했다.이후 에버테크노는 반도체.LCD 검사장비까지 사업영역을 늘렸다.

2002년 산업은행의 투자(19억원)도 투자받았다. 에버테크노는 당초 올해 매출목표를 11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탕정 LCD공장의 설비 발주가 예정보다 늦어져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6월로 예상했던 350억원 규모의 장비 납품 계약이 지난달에야 이뤄진 탓이다.

에버테크노 매출중 삼성전자에서 벌어들이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일본.대만 등에 수출도 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다른 업체에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장비를 공급해달라는 제의가 오곤 하지만 설계 노하우를 공개 할수 없어 거절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납품을 충당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버테크노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상장을 신청해 실사를 앞두고 있다. 12월 초순께 상장 여부가 결정된다.

차진용 기자

"최고의 인재가 최고 제품을 만든다." 정백운 사장의 경영 신조다. 그는 한 번 붙잡은 인재를 놓치지 않는다. 정 사장과 미래산업 개발팀에서 근무하다 창업에 동참한 정기현 상무와 유원조 차장을 비롯해 창업 초기 멤버(12명)중 한명도 이탈하지 않았다. 현재 에버테크노는 10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10년 이상 경력 소유자가 30명이 넘는다.

정 사장을 비롯해 임원진 6명은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지방에 있고 회사역사가 6년여밖에 안 된 회사에 이같이 인재가 몰린 까닭은 뭘까. 정 사장은 "장비 공급 업체는 수요 업체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근무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 늘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코스닥 상장을 결심한 배경의 하나도 성장의 결실을 종업원과 나누기 위해서란다. 에버테크노는 종업원에 대한 교육투자를 많이 한다. 한국기술교육대.호서대와 산학협력 계약을 해 직원들은 이 대학에서 직무 관련 교육을 받는다.

간부 사원들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서 일주일 과정의 연수를 한다.이는 1인당 1000만원짜리 교육 프로그램으로 내년엔 일반 사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 사장도 현재 성균관대 산업공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샐러리맨 시절 주경야독으로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석사 과정을 마쳤다. 에버테크노의 복리후생제도는 여느 대기업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자녀 학자금을 전액을 지원하고, 의료비(본인은 전액, 배우자는 200만원이 넘을 경우 1000만원까지).개인연금(매달 기혼자는 10만원, 미혼자는 5만원) 등도 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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