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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6~12개월마다 종양 모니터링, 미세 갑상샘암의 좋은 치료 선택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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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암, 갑상샘암 바로 알기' 세미나

갑상샘암은 높은 조기 진단율과 수술 덕분에 치료 성적이 매우 우수하다. 한편으론 늘어나는 발생률 대비 사망률은 제자리여서 과잉 진단·치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혼란을 가장 불안해하는 건 역시 환자들이다. 바로 수술을 받아야 할지, 정기 검진을 하면서 암의 진행 상황을 두고 봐도 될지 고민한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이런 갑상샘암 환자·가족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착한 암, 갑상샘암 바로 알기’를 주제로 건강 세미나를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들이 알맞은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술·적극적 관찰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갑상샘암은 목 전면부에 위치한 호르몬 분비 기관인 갑상샘에 생긴 암을 말한다. 국가암등록통계(2018)에 따르면 갑상샘암은 국내 암 발생률 2위이지만 5년 생존율은 100%에 육박한다. 갑상샘암의 90% 이상은 유두암이기 때문이다. 유두암은 대체로 종양이 커지는 속도가 느리고 원격 전이되는 사례가 드물다. 그동안 암이 발견되면 즉각적으로 수술했다. 갑상샘을 모두 떼어내는 전절제술, 부분 절제하는 반절제술이 있다. 기존에는 수술로 갑상샘을 완전히 제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 완치를 도모했다. 종양의 크기가 작아도 암의 진행과 재발 위험을 우려해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유해 반응 발생 적고 삶의 질 높아

미국·일본 등 외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다트머스의대 두경부외과 루이스 데이비스 교수는 “2017년 미국의 신규 갑상샘암 환자의 90%가 유두암이고, 크기와 상관없이 갑상샘에 국한된 유두암 환자의 20년 생존율은 98.5%였다”며 “미국 내 갑상샘암 치료 현황(2018)을 보면 수술의 72%는 전절제술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술 후유증이다. 갑상샘을 모두 떼어내면 대사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 또 수술 후에는 성대 신경에 문제가 생겨 목소리가 변하거나 부갑상샘 기능이 떨어져 칼슘 대사에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종양의 크기가 1㎝ 이하인 저위험 미세 갑상샘 유두암의 경우 적극적 관찰법을 시행하자는 의견이 대두했다. 바로 수술하지 않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암의 변화를 면밀히 평가하는 능동적인 감시 행위를 말한다. 일본의 갑상샘 치료 전문센터인 쿠마병원의 미야우치 아키라 원장은 “종양의 개수가 하나고 정상 세포를 침범하지 않았다면 적극적 관찰법이 이상적”이라며 “경미한 진행이 발견된 후 수술해도 늦지 않다. 모든 미세 갑상샘 유두암을 수술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제학술지 ‘갑상샘’(2016)에 실린 미야우치 원장팀의 논문에 따르면 적극적 관찰법(1179명)·즉각적 수술법(974명)을 시행한 저위험 미세 갑상샘 유두암 환자를 8년간 추적한 결과, 적극적 관찰군의 91.8%가 암의 진행 없이 생존했다. 특히 원격 전이가 나타나거나 갑상샘암으로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성대 마비나 부갑상샘 기능 저하증과 같은 유해 반응 발생률의 경우 적극적 관찰군보다 즉각적 수술군에서 훨씬 높았다. 또 10년간 소요된 총의료 비용은 즉각적 수술군이 적극적 관찰군의 4.1배였으며, 환자 삶의 질 평가에선 적극적 관찰군이 즉각적 수술군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야우치 원장은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적극적 관찰이 즉각적 수술보다 환자·사회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교수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종양 크기가 작다면 먼저 적극적 관찰법을 시도하고 그다음 단계로 반절제술, 마지막 수단으로 전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갑상샘암 치료 트렌드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미세 유두암은 추적 관찰하면서 암의 진행 여부를 면밀히 살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미세 갑상샘 유두암의 경우 ▶환자 나이 20세 이상 ▶림프절 전이가 없을 때 ▶신경·기도·피막 침범이 없을 때는 6~12개월마다 추적 관찰을 하면서 지켜보다가 ▶부피가 50% 이상 커지거나 크기가 3㎜ 이상 커질 때 ▶림프절 전이가 생길 때 ▶환자의 불안감이 클 때 수술로 전환할 것을 권하는 추세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신동엽 교수는 “1990년도부터 선도적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조기에 진단된 미세 유두암의 경우 적극적 관찰법이 좋은 치료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며 “다만 여전히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늦게 진단되는 사례가 있다. 적극적 관찰법의 부적절한 대상군에서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할 때도 무조건 갑상샘을 모두 떼어내지 않는 분위기다. 암의 크기나 림프절 전이 정도, 주요 조직 침범 여부 등 위험도를 두루 고려해 전절제술 혹은 반절제술을 한다. 최근에는 주변에 전이·침범이 없는 1㎝ 초과, 4㎝ 미만 크기의 암은 반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수술 방법 역시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채영준 교수는 “목 중앙을 4~5㎝ 절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갑상샘암 수술법이지만,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유방·겨드랑이로 접근해 수술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구강 접근법을 통해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 수술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활용한 효율적인 관리책 기대

이처럼 조기 발견의 증가와 치료 기술 향상, 인구 고령화로 갑상샘암 환자·생존자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남은 과제는 갑상샘암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예방·관리하느냐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시훈 교수는 “정부의 ‘제4차 암 관리 종합계획’을 통해 암 빅데이터 구축·확산, 예방 가능한 암 발생 감소, 암 치료·돌봄 격차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특히 적극적 관찰법이나 수술 범위를 축소하려는 최근의 시도들이 갑상샘암 치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제4차 암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하고, 2025년까지 ▶약 300만 명 규모의 암 빅데이터 구축 ▶75세 미만 신규 암 환자 발생 20% 이상 감소 ▶완치된 암 생존자 중 돌봄 지원 대상 두 배 이상 확대 등을 핵심 지표로 삼았다. 암 관리 측면에서 생존율 증가·건강보험 보장률 향상과 같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 교수는 “공공 영역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건강 데이터가 많이 축적됐다”며 “데이터를 서로 연계해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 훨씬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 갑상샘암을 예방·관리하는 데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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