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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맞춰 굴려주는 '평생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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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돈이 없는 노후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욱이 고령화 사회 아닌가. 요즘 노후에 대비해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요것저것 따져보고 가입했다가 해약했다가, 채권형에서 주식형으로 갈아타는 일은 너무 번거롭다. 한번 가입하면 평생을 책임져주는 펀드는 없을까. 있다. 이른바 '평생 펀드'로 불리는 '라이프사이클(생애주기) 펀드' 다. 이 펀드는 연령대에 맞춰 투자 대상을 적절히 바꿔준다.

예컨대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투자자가 이 펀드에 가입하면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한다. 이후 가입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안정성이 높은 채권상품 등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노후대비에 적합한 성격 때문에 미국에서는 라이프사이클펀드가 인기 폭발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대박과 단기 투자를 노리는 투자성향 때문이다.

◆'평생 펀드' 걸음마 시작=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삼성웰스플랜(삼성투신운용)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연금투자신탁(미래에셋자산운용)▶푸르어드바이저 재간접(푸르덴셜운용) 정도다.

대부분 주식편입 비율이 다른 자(子)펀드를 만들어 가입자가 원할 때마다 펀드를 갈아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삼성웰스플랜은 주식 투자비율이 80%.65%.50%.35%.30%.20%인 6개의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1개 등 총 7개의 펀드를 거느린다. 가입자는 주식 투자비율이 80%인 펀드에서 출발해 나이가 들면서 원할 때마다 다른 자(子)펀드로 옮겨갈 수 있다.

최근 1년간 삼성웰스플랜80주식1(주식편입비율 80%)과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 2030 연금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14.69%와 14.68%다. 성장형 주식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 13.44%보다 높다. 그러나 국내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몰린 돈은 모두 6000억 원 정도로 성장형 주식 펀드 설정액 30조8300억 원의 2%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상품으로 라이프사이클펀드가 최고 인기다. 1996년 60억 달러 수준이던 라이프사이클 펀드 설정 규모는 2005년 1670억 달러로 늘었다. 2004년 현재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퇴직연금 상품에 포함한 기업은 10곳 중 4곳꼴이다.

◆장기 투자에 적합=라이프사이클 펀드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게 목표가 아니다. 최소 10년 이상을 본다. 이러다 보니 큰 이익을 노려 시황에 따라 단기로 이리 저리 몰리는 투자 문화가 주류인 한국에서는 그간 발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전망은 밝다.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주식운용1팀장은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 투자자들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막 활성화되고 있는 퇴직연금이 든든한 자금줄이 돼 줄 전망이다. 제로인 우현섭 펀드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도 퇴직연금이 도입되면서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돈이 몰렸다"며 "국내에서도 곧 '평생 펀드' 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평생 펀드 활성화를 위해 현재 40% 이하로 제한한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비율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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