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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45년 배상」에 의문 제기/일 언론,방북단의 성과 논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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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회담 진행상황서 너무 성급/외교원칙 따른 냉정대처 바람직
북한­일본 조기 국교수립 등을 성문화한 자민ㆍ사회ㆍ조선노동당 3당 공동선언 내용이 드러나고 평양에 갔던 관계자들이 귀국하면서 가네마루(김환) 대표단을 보는 일본내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종래 후지산호 선원 석방과 관계개선 수준의 성과를 기대했던 일본국민들도 난데없이 적대국 북한과의 국교수립,식민 36년뿐 아니라 전후 45년간의 보상얘기까지 회담결과가 확대되는 바람에 당혹감과 아울러 대북 약속이행 전망에 대해 의아한 표정이다.
29일 일본 신문들도 이같은 국민의 시각을 반영,기사ㆍ논평ㆍ사설 등에서 방북단의 성과를 냉정하게 보는 논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요미우리(독매) 신문의 경우 「일조 관계구축은 신중,착실하게」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방북단의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남북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아래서 일본의 행동이 너무 돌출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사설은 또 배상문제와 관련,『북한측이 정상화 이전의 배상을 요구해 교섭이 난항했다』고 지적,일본정부는 『외교적 원칙을 세워 냉정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앞으로의 정부태도에 쐐기를 박았다.
요미우리는 또 평양발 기사에서 『3당 공동선언이 있기까지의 전 과정이 완전히 북한 페이스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24일 가네마루 방북단이 평양에 도착할 때부터 28일밤 귀국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추적,『열렬한 환영의 뒤에는 잘 짜여진 북한측의 계산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가네마루씨가 특히 감격한 대목은 김일성 주석과의 회담을 끝낸 직후 이를 대표단에게 보고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 때와 김일성 경기장에서 5만명의 학생이 연출한 「김환신 선생 환영」을 사람문자로 수놓은 매스게임 때였다고 전하고 묘향산으로 향하는 특별전용열차,깊은 산속에 세워진 회의장 앞에서 김 주석이 직접 출영하는 등 『완벽한 연출』이었다고 돌이켰다.
마이니치신문ㆍ일본경제신문ㆍ요미우리신문은 모두 공동선언중 「전후 45년간의 배상」 문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이니치는 「새로운 난제,전후의 손실」이라는 논평기사에서 『공동선언중 「45년간 조선인이 받았던 손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치 않으며 전후 일본이 북한에 손실을 끼친 일은 없다』는 외무성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일본정부는 한일 국교정상화 때와 균형을 맞추어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방침인 것으로 이 신문이 전했다.
일본경제신문도 전후 45년에 대한 배상을 공동선언 가운데 명기한 것을 지적,『이는 11월에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일본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인 동시에 전후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을 부정하는 셈이 되어 앞으로 큰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경제신문은 「탈냉전 아시아의 지각변동」이라는 시리즈 기사 속에서 일본이 이번 교섭에서 북한에 비해 잃은 것이 많다는 손익계산을 해 주목을 끈다.
이 기사는 일본이 후지산호 문제 해결에 기뻐 사죄 및 배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탈출하고 경제적 지원을 확실히 기대할 수 있는 「일본카드」를 손에 쥐게 돼 「손익계산서」상 일본에 비해 우위에 섰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남북대화에서도 「일본카드」를 유효하게 사용하리라고 예상하면서 역시 김일성의 외교적 수완이 유감없이 발휘된 게 아닌가하고 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이번 방북단의 성과를 평가절하 했다.
28일 밤 각 TV는 한국이 북한­일본간 접근속도에 이의를 제기,불만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고 맹방 한국에 대해 배려를 해야 한다는 자민 정부내 의견들을 소개했다. 이같은 일 매스컴의 보도자세는 곧 방북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신문들도 29일 석간에서 일제히 한국정부가 3당 공동선언에 대한 공식해명을 요구했다는 서울발 외신을 1면 머릿기사 또는 중간기사로 다루는 한편 한일간의 외교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논평을 싣고 있어 비판론의 상승이 예상된다.<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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