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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방역 모색" 文의 한마디···내달초 위드 코로나 전환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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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시행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전골목에서 먹거리 매장의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시행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전골목에서 먹거리 매장의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올해 들어 사라졌습니다. 10월 초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난 3일 김윤(의료관리학)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K방역 2.0 준비 국회 간담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김 교수는 "10월 초 50세 이상 코로나 고위험군 접종률이 50% 이상 올라간다"며 근거를 들었다.

'10월 초 위드 코로나 전환'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백신 접종률 50%가 되는 다음 달 초 위드 코로나로 조기 전환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물어 그 결과를 6일 공개했다. '매우 찬성'은 24.5%, '어느 정도 찬성' 34%로 찬성 의견이 58.5%였다. 찬성이 반대(34.3%)보다 훨씬 높았다.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조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나가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 점진적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대로 접종 완료자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등 앞으로 점점 더 (자영업) 영업 정상화의 길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차 접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고 10월 말 성인 접종률 목표 70%에 다가가고 있다"며 "백신에서도 앞서가는 나라가 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비대면 브리핑에서 “일시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되거나 없애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9월 한 달간 방역 관리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방역 체계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위드 코로나라고 하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자체를 신경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를 없앤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어 정부 내부에서는 해당 용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며 “기존 방역 체계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나간다는 의미로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없기 때문에 독감처럼 취급하자는 것이다. 1년 여전 이런 주장이 나왔으나 3,4차 유행 때문에 쏙 들어갔다가 이번에 되살아났다. 델타·뮤 등의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힘을 받고 있다.

집단면역 주장 사라져

 그래서 집단면역 달성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김윤 서울대 교수는 "델타 변이 출현으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집단면역 목표를 추구한다면 백신 접종률이 인구의 120%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단면역 불가능'을 주장해온 오명돈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델타 변이로 집단면역 불가능이 더 분명해졌다"고 말한다.

 코로나 방역의 궁극적 목표는 중증 예방, 사망률 감소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지는 않는 점도 위드 코로나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29일~이달 4일 위중증 환자는 389명으로 3주전(377명)보다 약간 올랐다. 지난주 사망자는 39명으로 전체 치명률이 0.89%로 떨어졌다. 최근 치명률은 더 낮다. 8월 둘째 주는 0.12%로, 독감(0.05~0.1%)에 근접하고 있다.

 거리두기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윤 교수는 3일 간담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해 1,2차 유행 때는 효과가 있었지만 3,4차 유행에는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오주환 교수는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7월 12일 행정명령으로 이동을 제한했지만, 상업지역 방문량이 줄지 않았다. (위험이) 폭탄처럼 쏟아져도 볼일은 다 본다. 국민이 학습해서 적응해 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행 거리두기는 방역사대주의"

 김윤 교수는 "거리두기 효과는 없고 피해가 계속 커져서 지속 불가능하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해온 강력한 거리두기를 확진자가 적은 우리가 따라 한 것은 방역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전병율(예방의학) 차의과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고 해도 저녁에 규제가 시작되기 전 만날 사람은 다 만난다. 그렇게 일상생활을 한다. 형식적 거리두기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위드 코로나 전환 지금 즉시"

다만 위드 코로나 전환 시기를 두고 미묘하게 차이 난다. 전병율 교수는 "지금도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교수는 "국민 수준이 높고 어느 나라보다 마스크를 잘 쓰고, 손 세정제가 곳곳에 비치돼 있다. 외국의 포옹 문화가 한국에는 없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접종을 완료해도 직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기 때문에 직장 동료에 퍼뜨리지 않는다. 개인준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재욱(예방의학) 고려대 의대 교수는 "9월 말이나 10월 초로 미룰 필요가 없다.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완화하고, 백신 접종률 올리면서 점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가면 된다"며 "접종률·치명률 등에 맞춰 단계적으로 가야지 통금해제 방식으로 축포를 터트리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학교 문 열어야 미래교육 가능 

오명돈 서울대 교수도 "영국은 단계적으로 거리두기를 내렸다. 최소 2~4주 상황을 보고 다음 단계로 내려가는 게 맞다. 하루아침에 갈 수 없다"며 "어떤 분야는 완화 시기를 늦출 수 없는 게 있는데, 바로 교육이다. 문을 활짝 연 뒤 확진자가 늘어도 계속 열 수 있어야 한다. 교육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는 점을 정부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확진자가 늘어도 백신 접종자는 중증으로 잘 가지 않고, 중증이 돼도 입원 병상이 충분하다는 걸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추석이건 10월 초건 간에 위드 코로나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갑자기 거리두기를 풀면 확진자가 반등할 수 있다. 치료 역량과 위중환자 수, 치명률에 연동해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10월 초 전환을 시작하면 거리두기 단계를 내리는 데 4~6개월 걸릴 것이며 내년 4월에 완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정부는 접종 완료율 70%가 되는 11월 초 전환 개시를 얘기하는데, 접종 완료율 20% 포인트 차이(김 교수는 접종 완료율 50%인 10월 초 전환을 주장)는 면역력으로 따지만 7% 차이에 불과하다. 위드 코로나를 늦출 결정적 차이로 볼 수 없다"며 "지금 준비에 나서도 11월 시작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오명돈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대국민 소통이 매우 중요. 지금부터 예상되는 변화, 시나리오, 어려운 점, 대응 방안 등의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대응 강화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대부분 중증 예방, 에크모(몸 밖에서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같은 장비 확충, 중환자실 확보 등을 주문한다. 여기에다 오명돈 서울대 교수는 동네의원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오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내리면 확진자가 증가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중환자는 당연히 지금처럼 대응한다고 치고,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 진료를 준비해야 한다. 동네의원이 신속진단키트로 진단하고, 환자를 치료하고 전원 대상을 가려낼 수 있게 지금부터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확진자 추적 가장 이견 커

위드 코로나로 가면 확진자 추적을 포기해야 할까. 의견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이다.
 김윤·오주환 교수는 "보건소 방역 인력을 늘려(김윤 교수는 2000명) 3T(추적·격리·치료)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명돈 교수는 "개인 방역으로 대응할 수 없어 집단을 대상으로 방역하는데, 다시 개인을 쫓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대형 집단감염을 찾아내 이를 잘게 쪼개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명돈 교수는 "확진자 증가가 위증증·사망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우리가 이를 어디까지 용인할 건지 결정할 때가 됐다"며 "2019년 결핵으로 1610명, 폐렴 2만3168명, 교통사고로 3349명이 숨졌다. 코로나를 잘 모를 때면 몰라도 1년 반 넘게 지났는데, 왜 코로나를 특별 대접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전병율 교수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를 중심으로 추적하고, 원하면 자가격리하면 된다. 그게 힘든 상황이면 생활치료센터로 보내고, 증세가 악화하면 전담병원으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보건소 인력 증원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지수 서울 강동구 보건소 주무관은 "임시 인력을 보내면 기존 역조관이 훈련시키면서 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노동력 투입만으로 3T와 격리를 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며 "훈련된 역학조사원, 조사관을 양성하는 데 시간과 재원이 필요해 (보건소 인력 증원이)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덧붙였다.

위드 코로가 가면 확진자 증가 불가피 

그러나 위드 코로나 전환 반대론도 여전히 강하다. 김동현(예방의학) 한림대 의대 교수는 "확산 억제 위주의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대로 간 나라를 봐라. 확진자 증가로 인해 의료체계가 붕괴해 생명의 피해가 컸다"고 반박한다. 그는 "거리두기 효과가 없다는데, (확진자)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건지, 그나마 거리두기가 추가 확산을 억제한 건지 구분해야 한다"며 "소상공인의 희생으로 K방역이 유지되는데,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너무 일찍 신호탄을 쏘았다"고 지적한다. 천 교수는 "10월이 되면 백신 1차 접종률은 70%, 2차 완료율은 50% 정도라 그때 시작해야 하는데 이번 주에 벌써 풀어버렸다"며 "앞으로 서서히 이동량이 늘다가 추석 때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는 접종 완료율이 70%일 때 방역을 풀었다. 그 이후에도 모임을 강하게 제한하면서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 우리 정부가 영국처럼 갑자기 규제를 풀어버리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11월이 되면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 방역을 완화하도록 준비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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