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정애의 시시각각

의원사퇴 쇼, 민주당이 더 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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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지법과 위반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부친이 매입한 세종시 땅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지법과 위반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부친이 매입한 세종시 땅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 발표를 ‘쇼’라고 한 건 예상 가능한 일이긴 했다.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속 보이는 사퇴 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이재명 캠프 김남준 대변인)
“사퇴 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기필코 성공할지는 모르겠다.”(정청래 의원)
윤 의원을 두고 했겠지만, 본인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행태였다. 2009년, “미디어법이 원천 무효가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거리 투쟁을 했던 세 명의 의원이 있다. 각각 172일(최문순), 171일(천정배), 74일(장세환) 만에 원내로 복귀했다. “원내로 들어가 활동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이란 권유를 따랐다”고 했다. 당 차원에선 대표로 정세균 대표가 사직서를 냈는데 이 또한 11개월 만에 철회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기초연금법안 처리에 당 지도부가 동의하자 비례대표 의원이 항의 차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탈당하면 됐다. 그러나 5일 후 동료들에게 보낸 서한엔 이런 대목이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사직서를 도로 받아오고 싶다. 저는 아무렇지 않게 의원직을 사퇴할 인물이 못 된다. 혹시 의원님들이 보시기에 제가 국회의원을 더 하는 게 좋겠다면 저를 당에서 제명해서 나머지 임기를 마치게 해달라.”
그는 사직서를 철회하지 않았다. 제명되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임기를 다 채웠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 실세인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다. 2000년 건보공단 발족 이래 최초로 연임했다. 근래엔 노·노 갈등으로 3일간 ‘단식투쟁’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여당 됐다고 달라졌냐고? 아니다. 2018년 총선을 앞두고 미투 의혹이 제기되자 민병두 의원은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두 달 만에 돌아왔는데 이유는 이랬다. “지역구민 6539명이 뜻을 모아 의원직 사퇴 철회를 촉구했고 민주당 최고위원위에서도 사직 의사를 철회하라고 했다.”
정작 사퇴하겠다는 말을 이행한 사례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있다. 노동경제학자로 생의 종반 무렵엔 경세가로 불린 박세일 선생이다. 2004년 비례대표로 배지를 단 그는 자신이 반대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안이 한나라당의 동조하에 처리되자 사직서를 냈고 결국 탈당했다. 여의도를 떠나며 그가 한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엔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 통합의 개혁이 아니라 국력을 소진시키는 국민 분열의 개혁이 너무 많다.”
의원직 사퇴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리인이란 막중한 책임 때문이다. 박 선생의 첫 제자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박 선생이 의원직을 지키는 게 낫지 않았나.
“소신에 반하는데 어떻게 하겠나.”
-후회하진 않았나.
“전혀 안 했다.”
박세일 선생은 “분명한 건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을 통해 발전한다는 사실”이라고 했지만, 그의 좌절이 어떤 발전을 이뤄냈는지 지금도 알기 어렵다. 박 선생은 이후 몇 차례 현장 정치에 도전했으나 메인스트림엔 진입하지 못했다. 그의 지혜와 능력도 그랬다. 잘못에 비해 과해 보이는 윤 의원의 이번 선택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모르겠다. 과거의 경험이 더는 미래의 안내자가 아닌 건 정치도 마찬가지라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의 볼썽사나움에 대해선 한마디 해야겠다. 자신들이 쇼했다고 이번에도 쇼라고 몰아붙이면서 정쟁화한다. 정작 쇼를 현실로 만들 힘은 자신들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11년 영농한 대통령이 산 농지가 곧 대지가 됐고, 십여 명의 의원이 윤 의원 못지않은 문제로 손가락질 받고, 어떤 이는 직(職) 대신 집을 택했는데도 당당하다. 매번 놀라게 되는 멘털이다.

윤희숙 사퇴 두고 ‘쇼’라고 맹비난
정작 슬그머니 돌아온 건 민주당
사퇴 의결하면 될 걸 왜 정쟁화하나

고정애 논설위원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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