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상연의 시시각각

일하는 국회라더니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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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상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 3대 독소 조항에 대한 협상 여지는 없다'고 강경 입장을 이어갔다. 한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은 전날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은 언론 보도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임현동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 3대 독소 조항에 대한 협상 여지는 없다'고 강경 입장을 이어갔다. 한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은 전날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은 언론 보도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임현동 기자

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그나마 돌아가는 건 무정부 상태기 때문이란 얘기가 있다. 정부 발표대로만 가고 말발까지 먹혔다면 이미 거덜 났을 거란 개탄이 녹아 있다. 실제로 정부 말만 믿다가 쪽박 찬 벼락 거지의 한숨이 차고 넘친다. 당장 미친 집값이 그렇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거나 ‘아파트값이 안정됐다’는 '가짜 뉴스'를 액면대로 따랐다면 우울증 약을 한 움큼 쥐고 있을지 모른다. 집 살 돈으로 전세 살다 오도 가도 못하는 주거 난민이 됐다. 정부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들 한다.
 세금 들여 만든 멀쩡한 4대강 보를 세금 퍼부어 때려 부쉈다. 말끝마다 ‘국민의 뜻’을 앞세우다 반대가 더 많은 ‘국민의 뜻’은 구렁이 담 넘어가 듯했다. 원전 생태계는 망가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는 숫자까지 조작했다. 백신 도입이 늦어지자 복지부 장관은 ‘오히려 화이자ㆍ모더나 쪽에서 우리에게 빨리 계약하자고 한다’고 했었다. 코로나 터널로 돌진하고 있을 때 ‘터널의 끝이 보인다’던 대통령 발언도 나왔다. 모두 사실무근, 통계 왜곡이다. 엄청난 국민 고통과 피해가 발생했다.
 정치판은 숫제 괴담 제조 공장이다.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이건 광우병 사태건 온갖 해괴한 루머를 앞세웠던 분들이 지금 정부에 많다. 현재진행형이다. 얼마 전 조국 전 장관의 아내가 유죄 판결을 받자 추미애 전 장관은 ‘사모펀드 건은 모두 무죄가 됐고, 별건 수사로 드잡이했던 건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왜곡했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 11건 중 6건이 유죄를 받았는데 입맛대로 비틀었다. 게다가 입시 비리는 본건이다. 별건이 아니다.
 정권발 가짜 뉴스에 지치고 힘든 백성이다. 전 국민이 피해자다. ‘언론징벌법’을 밀어붙이는 정권이라면 이런 ‘권력의 거짓말’에도 뭔가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짝이 맞는다. 오보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 적이다. 지난 대선 때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교황, 트럼프 지지해 전 세계 놀라게 하다’란 가짜 기사를 띄워 정말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공동체의 건강한 여론이 왜곡됐다.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도 전 세계에 징벌적 손해배상법이 없는 건 거기에 많은 문제가 뿌리부터 난마처럼 얽혀 있어서다. 대증요법만으론 해결이 어렵다. 우선 누구도 악용할 수 없어야 공감을 살 수 있다. 정부와 정권발 거짓말에도 똑같이 손해배상을 묻는다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선진국엔 둘 다 없다. 하지만 선진국 국회가 우리 국회처럼 일하지도 않는다. 우리 국회엔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한 ‘윤미향 보호법’까지 올라 있다. ‘일하는 국회’의 일하는 모습이 그렇다.
 세상 허물을 백일하에 드러내겠다는 ‘적폐 청산 내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언론 침묵은 국민 신음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신문에 폭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어떤 법률과 도덕보다 더 많은 범죄를 예방한다’는 퓰리처의 신념과 닮았다. 문제는 남의 잘못은 무섭도록 집요하게 파고든 정권이 자기 잘못엔 예외 없이 ‘가짜 뉴스’라고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경제 위기론이든 뭐든 불리한 지적만 받으면 '거짓 선동'이고 '근거 없는 가짜 뉴스'란다.

제 편 눈 감고 남의 허물만 들춰선
개혁 취지도, 효과도 얻을 수 없어
'내 맘대로 입법' 폭주 멈춰야 한다

 제 편 눈 감고 남의 허물만 들춰선

 개혁 취지도, 효과도 얻을 수 없어

 '내 맘대로 입법' 폭주 멈춰야 한다

 지금 국회는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게 없는 여당만의 국회다. 언론중재법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정권의 가짜 뉴스에 권력자 개인의 돈으로 배상하는 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참에 허무맹랑한 선거판 공약까지 가짜 뉴스로 다스리면 이번 대선은 21대 국회의 큰 업적이 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 때 ‘구조에선 한없이 무능함을 드러낸 정부가 통제엔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한다’고 퍼붓던 분들이 끌어가는 국회다. 그때의 심정을 이제 실천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진짜 일하는 국회다.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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