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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오래 앉아있고 활동량 적은데, 한쪽 다리 갑자기 부으면 혈전증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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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심부정맥혈전증 바로 알기 

김장용 교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정맥 전용 스텐트가 최근 국내에 들어오면서 치료 환경이 개선돼 환자들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김장용 교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정맥 전용 스텐트가 최근 국내에 들어오면서 치료 환경이 개선돼 환자들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흔히 피떡으로 불리는 혈전은 혈액이 굳어진 덩어리다. 혈전 때문에 하체 정맥이 막혀 한쪽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이 전체 혈전증의 90%다. 진단·치료가 늦어지면 다리 절단이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다행히 초음파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고 최근 정맥 질환 치료용 스텐트가 국내에 들어오는 등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게 문제다.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에게 심부정맥혈전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누구에게 잘 발병하나.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해 혈류장애가 생기면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된다. 이 때문에 심부정맥혈전증은 주로 나이 든 사람에게 발생한다. 와병 상태에 있는 경우에 활동량이 줄고 근육이 소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젊은 환자에게서도 발병이 증가한다. 의자에 앉아서 오래 생활하거나 기름진 식습관 탓에 피가 끈적해지고 비만으로 복압이 높아진 경우다. 특히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등 활동량이 줄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질환이 생긴 경우를 자주 본다.”
중증 합병증으로 악화하는 이유는.
“심부정맥혈전증의 주요 증상은 갑자기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해하는 등 잘 모르고 지내는 환자가 많다. 그러다 혈전이 폐로 이동하면 급성 폐색전증으로 악화해 갑자기 사망한다. 실제로 폐색전증은 병원 내 환자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또 심부정맥혈전증 환자의 30~40%는 만성 혈전 후 증후군을 경험한다.

다리가 피부병처럼 푸르게 변하고 가렵다. 특히 압력이 높은 발목 주위에 특징적으로 궤양이 생기는데 치료가 잘 안 된다. 혈전 후 증후군은 심부정맥혈전증을 치료한 후에 후유증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다만 이런 경우엔 혈전증을 치료한 후라서 증상이 덜하다.”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
“혈전 치료에는 항응고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가 있다. 또 관(카테터)을 넣어 영상을 보며 시술하는 혈관 내 치료(인터벤션)가 있다. 혈관 내 치료에는 혈전 제거술과 스텐트 삽입술, 혈전을 녹이거나 제거가 어려운 경우에 폐색전증 위험을 낮추기 위한 하지정맥 여과기가 있다. 혈전이 발생한 위치 등에 따라 약물과 혈관 내 치료를 적절히 조합한다.”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맥에 협착이나 폐쇄가 있을 때 혈관을 확장하는 데 쓰이는 정맥 전용 스텐트가 최근 국내에도 들어왔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정맥 혈관에 적합한 스텐트가 없어서 말초 동맥에 쓰는 스텐트를 차용해 썼다. 이렇다 보니 약 10%의 환자에게서 시술 반대쪽 다리에 또다시 혈전증이 생기는 합병증이 발생했다. 동맥용 스텐트는 보통 12㎜ 이내지만 정맥에는 16~20㎜가 적합하다.

스텐트의 크기를 조정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스텐트 치료는 전체 심부정맥혈전증의 20~30%를 차지하는 ‘메이터너 증후군(장골정맥 압박 증후군)’이 원인인 혈전증인 경우에 치료 효과가 좋다. 혈전 후 증후군 발병이 감소하고, 발병하더라도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나.
“좋은 치료 결과를 얻으려면 혈전 발생 후 2주 이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전이 생기고 하루이틀이 지나면 다리가 땡땡하게 붓고 가라앉지 않는다. 다리 양쪽이 부으면 간·심장이 원인인 전신 질환일 가능성이 높으나 한쪽만 부으면 심부정맥혈전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땐 초음파를 보는 동네의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예방이 가능한 질환인가.
“그렇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종아리 근육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서 종아리를 들어주는 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다리는 혈류가 잘 정체되는 부위라서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이 고이기 쉽다. 너무 오래 앉아있거나 서 있으면 혈액이 저류(모여 쌓이는 현상)해 혈전 발생이나 혈전증에 의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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