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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턱에서 ‘딱’ 소리나는 턱관절 장애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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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직장인 전모(37·여)씨는 지난해부터 음식을 씹거나 하품할 때 턱 주변이 자주 아팠다. 증상이 나타났다 사그라지기를 반복하다 갑자기 입을 벌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올해 초 부랴부랴 치과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퇴행성 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턱관절 장애를 장기간 방치한 결과였다. 그는 “그동안 턱에서 소리가 나고 통증이 있을 때마다 진통제를 먹고 말았다”며 “아직 젊은데 턱관절에 퇴행성 관절염이 왔단 소리에 많이 당황했지만,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잘 치료·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30·40대라도 퇴행성 관절염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바로 턱관절 얘기다. 턱관절은 아래턱뼈와 머리뼈 사이 턱관절의 디스크나 인대, 주위 근육을 말한다. 턱관절의 조화로운 상호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질환이 발생하는데 이를 턱관절 장애라고 통칭한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박혜지 교수는 “20·30대는 저작근의 근력이 높아 턱관절에 하중을 많이 받고 취업이나 직장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겹쳐 턱관절 장애가 많이 발생한다”며 “장기간 턱관절 장애를 방치하면 턱관절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6개월 이상 증상 방치 땐 치료 복잡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턱을 전후좌우로 움직일 때 턱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은 전체 인구의 3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이것이 반복되는 데도 간과하면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긴다. 심하면 턱관절 연골이 닳아 표면이 파괴되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하고 뼈의 변화로 영구적인 안면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다. 턱관절의 이상은 오래 방치할수록 치료가 잘 안 되는 만성 상태로 악화하기 쉽다. 박 교수는 “6개월이 지나도록 증상을 방치하면 치료가 복잡해지고 호전 양상이 느려 치료 기간이 길어진다”고 지적했다.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게 중요한 이유다.
 다행히 턱관절 장애는 자가 진단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귀 앞부분에 위치한 턱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을 때, 턱에서 ‘딱’ 혹은 ‘덜거덕’ 소리가 날 때, 음식을 먹거나 입을 벌릴 때 턱 근육에 불편함을 느낀 경우 턱관절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치과 이부규 교수는 “가끔 피곤할 때만 증상이 있고 평소에 괜찮으면 진료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거나 수주간 지속하는 경우, 아예 입을 벌리거나 다물어지지 않을 경우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이를 악물거나 가는 습관, 껌·마른 오징어·콩자반·고기 등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 턱 괴기·구부정한 자세·한쪽으로만 자는 등 안 좋은 자세, 잘 맞지 않는 치열, 스트레스·불안·긴장·우울 등 심리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원인과 증상이 다양한 만큼 정밀 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과 상태를 파악한 뒤 이에 맞춰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적이다. 턱관절 장애가 발생한 초기에는 턱관절의 부담 요인을 제거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휴식하면서 약물·물리 치료를 병행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돼 턱관절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면 교합 안전장치(스플린트)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이를 갈거나 꽉 무는 습관이 있는 환자는 보톡스를 주사해 턱 근육의 강한 힘을 줄여줌으로써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고 턱관절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턱관절 디스크의 위치가 비정상적인 상태로 오래되면 통증과 함께 입을 벌리지 못하게 된다. 이땐 턱관절 부위에 작은 주사침을 삽입해 관절 내부를 세척하는 턱관절 세정술을 한 뒤 윤활제를 주입하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턱관절의 위치와 형태가 심하게 손상된 경우 턱관절 내시경 수술을 하거나 전신마취하에 턱관절에 대한 개방형 수술을 시도한다. 이마저도 소용없는 상태라면 인공관절 삽입을 고려하기도 한다.

상태 따라 약물·물리·장치 치료 병행

무엇보다 턱관절 장애 발생은 주로 환자의 고질적인 습관이나 성격과 관련 있다. 성공적으로 치료하려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턱관절 인대를 늘어나게 하는 질기고 딱딱한 음식은 자주 먹지 않는다. 하품할 땐 턱을 손바닥으로 받쳐서라도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 턱관절과 근육이 편안한 자세는 얼굴에 힘을 뺐을 때 입술이 다물어진 입안에서 윗니와 아랫니가 미세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시험·면접 같은 긴장된 일이 있을 땐 치아를 꽉 물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얼굴과 턱에 힘을 빼는 훈련을 한다.
 앉아서 일할 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목을 반듯하게 유지하며 1시간에 한 번씩 스트레칭해 준다. 턱을 괴거나 손톱을 깨물며 음식을 한쪽으로 씹는 습관도 고치는 게 좋다. 만성 스트레스는 턱관절 주변의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킨다. 그러면 근육에 피로 물질이 쌓여 염증이 생기고 턱관절 디스크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평소에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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