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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폭포처럼 집 삼켰다…뉴욕 사상 첫 홍수경보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흘 전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아이다(Ida)가 북동부로 이동하면서 뉴욕까지 집어삼켰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등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뉴욕시는 전날 밤부터 내린 돌발성 집중호우로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며 비상사태가 발령됐다.

2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뉴욕시 퀸스 거리가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폭우로 물에 잠겼다. [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뉴욕시 퀸스 거리가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폭우로 물에 잠겼다. [EPA=연합뉴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밤늦게 주(州)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미 국립 기상청이 맨해튼·브루클린·퀸스 등 뉴욕시 일부 지역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뉴욕시에 홍수 경보가 발령된 건 처음이다.

1일(현지시간) 밤 대형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집중 폭우로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가정집이 물에 잠겼다. [트위터 캡처]

1일(현지시간) 밤 대형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집중 폭우로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가정집이 물에 잠겼다. [트위터 캡처]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까지 두 지역의 강수량은 50~90㎜를 기록했다. 뉴저지주 북동부 뉴어크도 시간당 80㎜의 비가 퍼부으며 90년 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WP는 “200~500년 사이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시간당 강수량”이라고 전했다. 기상청은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시간당 70~130㎜의 집중 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생명을 위협하는 홍수 상황으로, 고지대로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1일 밤 뉴욕지하철 25번가 지하철역 벽이 홍수로 무너져 내렸다. [트위터캡처]

1일 밤 뉴욕지하철 25번가 지하철역 벽이 홍수로 무너져 내렸다. [트위터캡처]

이들 지역은 곳곳이 물에 잠기며 지하철과 철도 운행이 멈췄다. 뉴욕 지하철은 1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폐쇄됐다. 도로에는 '긴급 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WP는 홍수 비상 선포 지역에 90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어 인명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일(현지시간) 밤 미 뉴저지주 한 가정집이 폭우에 잠기고 있다. [트위터 캡처]

1일(현지시간) 밤 미 뉴저지주 한 가정집이 폭우에 잠기고 있다. [트위터 캡처]

소셜미디어(SNS)에는 급류가 쏟아지면서 도시 도로 곳곳과 기반 시설이 물에 잠긴 모습이 공유됐다. 뉴욕 28번가 지하철역 벽 사이로 빗물이 터져 나왔고, 한 주민은 집 창문과 문 틈새로 빗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모습을 찍어 공유했다. 도로 위 차량은 지붕만 남기고 물에 잠겼다.

루이지애나주 아이다 가고 폭염…“아이들이 굶고 있다” 

최고 풍속이 시속 240㎞에 달하는 4등급 허리케인 아이다는 지난달 29일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해 이미 많은 피해를 냈다.

지난해 11월 루이지애나주 모습(위)과 허리케인 아이다가 휩쓸고간 지난달 31일(아래) 위성 사진 비교 모습. 지붕만 남기고 모두 물에 잠겼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루이지애나주 모습(위)과 허리케인 아이다가 휩쓸고간 지난달 31일(아래) 위성 사진 비교 모습. 지붕만 남기고 모두 물에 잠겼다.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다가 휩쓸고간 루이지애나주 대도시 뉴올리언스는 거대한 수상 도시로 변했다. 주민들은 2m 높이로 들어찬 물을 헤엄쳐 탈출해야 했다.

송전탑이 강풍에 쓰러지며 루이지애나주 130여만개 가구와 사업체는 며칠째 어둠 속에서 지내고 있다. 일부 전력이 순차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미 연방 정부는 44만 1000여명이 전기와 물 없이 최대 한 달을 버텨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뉴올리언스는 정전 사태 장기화에 치안 안보를 우려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통금령까지 내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 공급도 중단됐다. 씻는 건 물론이고 마실 물까지 부족한 처지다. 아이다가 지나간 뒤 이어진 폭염에 식수 오염 우려가 커졌다. 이에 17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에게 식수 오염을 대비해 물을 끓여 마시라는 주의보를 발령했다.

1일(현지시간) 아이다로 인한 폭우로 물에 잠긴 루이지애나주.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아이다로 인한 폭우로 물에 잠긴 루이지애나주. [AP= 연합뉴스]

10대 미만 어린이 셋을 둔 한 주민은 “아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실까 걱정된다. 식량도 부족해 아이들이 굶고 있다”면서 “빨리 전력이 복구되지 않으면 식수난과 더위에 모두 죽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아이다는 내륙 북동부로 이동하면서 열대 폭풍으로 약화했지만, 여전히 강한 토네이도와 물 폭탄으로 메릴랜드주, 펜실베이니아주에도 심각한 피해를 줬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50㎞ 떨어진 애나폴리스도 토네이도에 전봇대가 쓰러졌고, 나무들이 뽑혔다. 메릴랜드주에서는 홍수로 19세 남성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아이다로 인한 사망자 수는 7명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아이다가 뉴욕시를 지나 뉴저지주, 코네티컷주 남부, 뉴욕주 남부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토네이도 경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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