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는 2008년부터 초등 1~2학년도 영어수업을 한다고 올 초 발표했다. 초등 3학년부터 하던 영어 공교육이 이제 초등 1학년 이상으로 낮아지게 된 것이다. 해마다 영어교육 연령이 낮아지면서 지금은 유치원 연령대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가 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학부모의 영어유치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선택을 위한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영어유치원 올 가이드'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 영어 유치원이 아닌 유아대상 영어학원
흔히 영어유치원이라고 부르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사실 유치원이 아니라 영어학원이다. 우리나라는 영어로 수업하는 유치원이 인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영어학원에서 유치원 연령대의 아이들을 교습하는 것으로 영어유치원 형태의 교육서비스가 시작됐다.
따라서 '유아대상 영어학원' 또는 '영어학원 유치부'가 맞는 표현이다. 영어를 교습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으로부터 정식으로 어학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학원은 교육청의 지도와 단속, 규제를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비교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일반 서비스 업종 등으로 신고해 영업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식으로 학원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곳을 선택할 것을 충고한다. 학원은 교육청의 지도와 규제를 받아 교사 채용부터 학원 운영까지 투명하고 안전한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어민 강사의 경우 최근 무자격 강사의 교습 행위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비자발급 절차를 갖추고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원어민 강사의 정식 교사 채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정식으로 어학원으로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최근 다양한 브랜드를 앞세워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과 환경, 프로그램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서는 차별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서로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서로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과 교육철학,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에게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서 직접 다니면서 상담을 듣고 학부모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원어민 교사 수업비중과 시설 환경에 따라 수강료 차이 나
흔히 유아 영어학원을 값이 비싼 학원으로 생각한다. 월 70만~100만 원을 호가하는 수강료 때문이다. 그러나 유아 영어학원의 한 관계자는 "하루 5~6시간씩 원어민과 한국인 교사들이 교습하고 일일이 아이들의 생활과 학습을 지도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 당 교습비가 다른 일반 학원들보다 오히려 싸다"고 주장한다. 다만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경우 하루 교습시간이 4~5시간으로 많은 데다, 유아 대상이다 보니 점심이나 간식 등의 비용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월 수강료가 높게 책정된다는 것이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수강료는 교사가 원어민인가 한국인인가에 따라 수강료 차이가 있다. 원어민의 경우 기본적으로 월급이 높게 책정되고 숙소는 물론 왕복 항공권까지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한국인 교사보다 훨씬 인건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교육 당국에서도 원어민반의 시간 당 교습료를 높게 책정토록 허용하고 있다.
어떤 학원은 원어민이 전부 수업을 맡기도 하고 어떤 학원은 원어민과 한국인 교사가 일정 부분씩 수업을 나눠 맡기도 한다.
원어민 강사가 전부 수업을 맡아 진행하는 곳과 일부 수업만 맡아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수강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학원은 교실 수에 따라 정원을 인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실 수에 따라 등록할 수 있는 원생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교실을 많이 만들어 많은 인원을 받느냐, 아니면 교실 수를 줄이고 정원을 줄이면서 대신 다양한 놀이공간을 확보해 놓았느냐에 따라 수강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경우 원어민 강사의 수업시간 여부, 교실 수와 공간 활용도에 따라 조금씩 수강료 차이가 있다.
매년 11월은 유아대상 영어학원들의 원생 모집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 시기를 놓쳐 자녀에게 적합한 교육기관을 선정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인기 있는 곳은 이미 11월이면 모집 인원이 차 마감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유치원 교육기간 중에 많게는 3년에서 적어도 1년은 영어유치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 유치원에서 졸업 때까지 마치는 원생보다는 영어유치원으로 전학하는 아이들의 비중이 증가했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 1년이라도 영어 생활을 경험시키기 위해 7세가 되면 영어유치원으로 옮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분당의 한 유아영어학원 관계자는"7세 때 일반유치원에서 영어학원으로 옮기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해마다 늘고 있다"며"내년에는 7세 반을 한 개 더 증원해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다양한 통합프로그램과 인성교육 강화
유아대상 영어학원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을까. 물론 영어학원이니만큼 영어 습득에 중점을 둔 학습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영어만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중시하는 것은 영어교육과 동시에 자칫 영어학원으로서 소홀해지기 쉬운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유치원 연령대의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인성교육과 기본 생활습관, 다양한 인지교육과 신체발달을 도모하는 통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원어민 강사와 더불어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가 아이들의 생활과 교우관계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원어민 강사 중심의 영어 학습을 강조하는지, 한국인 교사와 더불어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곳인지에 따라 하루 클래스 운영이 달라지기도 한다. 유치원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보내면 어느 수준의 영어교육을 기대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시간당 집중시간이 10분 정도인 유치원 연령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습득과 다양한 학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꾸준한 시간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기간에 학습 결과를 바라고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학습을 강요하면 과중한 학습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집중력 저하와 언어장애 등 학습 발달장애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인지, 영어학습만 하지않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활동이 마련돼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성업 중이다. 적어도 자라는 아이들에게 영어는'공부'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생활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영어유치원은 부유층만이 향유하던 서비스에서 벗어나 중산층에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고 있다.
자료제공=㈜에이콘에듀
프리미엄 김관종·라일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