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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백승호 “베컴 프리킥? 비슷하지 않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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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백승호. 사진 전북 현대]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백승호. 사진 전북 현대]

“열세 살에 스페인에 건너가 11년 정도 외국에서 지냈고, 한국에 온 지 5개월 됐어요. 유럽은 택배가 2주 이상 걸리는데, 한국은 다음날 도착하네요. 스페인어는 안 까먹었어요. 포르투갈어를 쓰는 공격수 구스타보(브라질)와 말이 통해요.”

징계 논란 딛고 활약하는 기대주 #11년 해외 생활 접고 K리그 안착 #"유럽의 템포와 감각 잊지 않을 것"

프로축구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전북 현대의 미드필더 백승호(24)의 말이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 출신인 그는 지로나(스페인), 다름슈타트(독일)를 거쳐 지난 3월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과정에서 수원 삼성과 마찰을 빚었다. 백승호는 2010년 수원 유스팀 매탄중 재학 시절 스페인 유학을 가며 수원 구단으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았고, K리그 복귀 시 수원에 입단하지 않으면 이를 반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논란 끝에 그는 지난 5월 수원과 합의했다.

백승호는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저와 구단이니까. 수원 팬분들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잘 해결됐다”며 “전북 홈구장을 처음 보고 ‘새로운 집이구나’란 생각에 눈물 날 것 같았다. 전북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신경 써줬다”고 했다.

백승호는 2018~19시즌 스페인 지로나에서도 시련을 겪었다. 그는 “당시 감독님이 ‘2군에서 1년 뛰고, 2년 차 때 1군 스쿼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로나 선수가 다치고 맨체스터 시티 선수를 데려오면서 내가 1군 등록을 못 하게 됐다. 경기를 뛰지 못해 힘들었다”고 했다. 2013년에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이 규정 위반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백승호는 “선수 등록, 유스 징계 등 축구 선수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걸 겪은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6월6일 성남전에서 프리킥 골을 터트린 백승호. [연합뉴스]

6월6일 성남전에서 프리킥 골을 터트린 백승호. [연합뉴스]

시련 속에 단단해진 백승호는 지난 6월 6일 성남FC전에서 30m 장거리 프리킥으로 K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데이비드 베컴의 킥처럼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골문에 꽂혔다. 백승호는 “프리킥을 잘 차는 스타일이 아니다. 베컴처럼 디딤발을 뉘어서 차지만, 비슷하진 않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백승호는 전북에서 3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착했다. 전반기 7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던 전북은 현재 2위에 올랐다. 백승호는 전북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도 힘을 보탰다.

백승호는 “전북은 주전 경쟁이 어려운 팀인데, 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했다. 백승호는 전북에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로미치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 김두현 코치,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 김상식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백승호는 “김 코치님이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돌려놓는 논스톱 패스를 주문한다. 김 감독님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포지셔닝을 조언해준다”고 전했다.

백승호는 도쿄올림픽 최종명단 탈락 후 소셜미디어(SNS)에 ‘무언가 끝나면 또 새로운 시작이 있으니까. 항상 그래 왔다. 또 한 번 잊고 싶지 않은 하루’라는 글을 남겼다. 백승호는 “(2018년) 아시안게임은 햄스트링을 다쳐 못 갔고, 이번에 올림픽에도 가지 못했다. 담아두고 기억했다가, 다음에 기회가 오면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박지성 전북 어드바이저도 조언을 해줬다. 백승호는 “(박지성 어드바이저를) 초등학생 때 A매치에서 매치 보이를 하며 뵈었고, 19세 대표팀 JS컵 때 뵌 적이 있다. 이번에 ‘K리그 템포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유럽의 템포, 움직임과 감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전북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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