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승객 끌고가 성폭행…택시기사들 항소심서 감형 왜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만취 상태의 여성 승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불법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이를 도왔던 택시기사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31일 법원 등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택시기사 A씨(35)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또 A씨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준강간방조·간음약취방조)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았던 B씨(24)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다만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성폭력 치료 수강, 아동 청소년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와 B씨는 또다른 C씨(38)와 광주시내에서 택시기사로 활동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9일 새벽 여성 승객을 태운 뒤 한 주택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불법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범행을 저지르거나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최초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여성 승객이 만취한 상태인 점을 확인한 뒤 C씨에게 이 여성을 인계했다. C씨는 해당 여성을 태워 A씨의 집에 갔고, 두 사람은 항거 불능 상태에 있는 해당 여성을 함께 성폭행하고 불법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결과 이들은 휴대폰에 설치된 다자간 통화 기능을 이용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과거에도 만취 여성의 지갑에서 금품을 훔치거나, 성폭행하는 등 3건의 여죄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택시 기사들이 여성 승객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며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상당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그릇된 성행(性行)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각각 징역 4년에서 12년까지 실형을 선고했고, C씨는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C씨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인정했다. 항소심 법원은 "A씨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이유를 밝혔다.

또 B씨에 대해 "피고인은 정범으로 성폭력 범죄를 직접 실행한 것은 아닌 점과 가족들과의 유대관계가 끊기지 않아 향후 재범 억지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