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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입학은 취소됐지만…땜질 대입 제도는 남았다[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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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조국發 대입제도

24일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조씨의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진지 2년만입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5일, 현재 고교 1학년생이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입 기본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자기소개서 폐지와 비교과 활동 반영 축소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앞서 교육부가 2019년 조씨 부정 입학 의혹이 터지자 부랴부랴 내놓았던 대입 제도 개편 방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입니다. 조민 씨의 입학 취소와 함께 조민으로 인해 바뀐 입시제도가 발표된 셈입니다.

대통령 지시에 석달만에 뜯어고친 대입제도

조 씨의 부정 입학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19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조국 사태가 불어닥치자 9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합니다.

유은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석달이 채 지나지 않은 11월 28일에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부모 배경 등 외부 요인을 차단’하겠다며 대입에서 자기소개서(자소서)와 모든 비교과 활동을 폐지하고 정시모집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그 때 발표한 방안이 하나씩 입시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현 고1이 치를 2024학년도 입시엔 자소서까지 폐지되면서 비로소 ‘조국發 대입제도’가 완전 적용됩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석달만에 만든 제도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비리의 소지를 없애겠다며 학생의 다양한 활동이나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없애버리고 났더니 대학이 참고할만한 게 학교 시험 성적밖에 남지 않게 됐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겠다는 제도인데, 결국 학교 시험 잘 본 학생을 뽑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또 바뀔 입시제도…조국발 대입제도 유효기간은 4년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이 24일 부산대학교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조민 부산대의료전문대학원 졸업생에 대한 입학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이 24일 부산대학교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조민 부산대의료전문대학원 졸업생에 대한 입학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교육부가 조국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내놓은 ‘공정성 강화 방안’이 입시를 20여년 전 ‘성적 순’ 제도로 바꿔놓은 셈입니다. 조민 씨가 대학에 간 2010년과 달리 지금은 외부 수상이나 표창장, 논문 같은 것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조국발 대입제도는 유효 기간이 길어야 4년에 불과합니다. 교육부가 2024년 새 대입제도를 발표하고 2028학년도부터 현장에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대입제도를 바꾸지 않은 정부가 없었지만 이처럼 사건이 생길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제도를 바꾸면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럽습니다.

더 이상 정치적 문제가 수 많은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입시를 뜯어고치는 이유가 돼서는 안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지, ‘조국지대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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