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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빌미 언론재갈법 강행…‘언자완박’ 노리는 당·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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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호 24면

콩글리시 인문학

언론중재법(Press Arbitration Act) 개정안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보면 고사성어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생각난다. 정부는 사법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을 무슨 주문인 양 입에 달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과 함께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 박탈)은 더불어민주당의 숙원사업이었다.

개정안은 독소조항이 많아 언론족쇄법, 언론징벌법, 언론재갈법(the media gag bill) 등 여러 가지 부정적 이름으로 불린다. fake news를 잡기 위해서는 언론의 진흥책을 내놔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꾸로 규제의 칼을 뺐다.

이 악법 개정에 앞장선 인사들이 언론계 출신이어서 여당의 이이제이 술책을 엿볼 수 있다. 처음 밑밥(ground bait)을 깐 것은 ‘미디어언론 상생’ TF 단장 노웅래 의원이다. MBC 기자 출신인 그는 가짜 허위 보도 시 손해배상 5배는 가짜뉴스로 인한 일반 국민의 피해구제를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했다.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들어간(소위 알박기) 김의겸 의원(한겨레 기자 출신)은 현장 기자의 언론자유는 이 법의 통과를 계기로 비로소 보장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궤변을 토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반사회적 범죄라면서 현직 기자였으면 자청했을 것이라며 법의 통과를 독려했다. 그는 동아일보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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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대중의 적으로 규정, 언론의 불신을 조장하고 언론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여당 인사 중에는 이처럼 언론인 출신들이 의외로 많다. 정정보도 등 언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은 MBC 보도국장 출신의 박광온 의원이다. 개정안을 냈던 윤영찬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고 강경파 김종민 의원은 시사저널 기자였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이규민 의원 역시 언론인 출신이다.

한편 야당과 학회 그리고 국제언론단체들은 이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규탄한다. 독소조항(poisonous clauses로 쓴 곳도 있는데 콩글리시다)이 많다, 위헌이다, 과잉 규제다, 고의 또는 중과실 규정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 또는 가짜뉴스를 규제할 다른 장치가 있다, 왜 가짜뉴스의 전파자 유튜브 1인미디어 SNS은 뺐느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당의 속셈은 가짜뉴스를 빌미로 전통 메이저 언론을 옥죄겠다는 게 아닌가? 이 법은 언론에 족쇄를 채울 비장의 카드를 담고 있다. 5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은 언론의 급소(急所)를 제대로 겨눈다. 가짜뉴스냐 악의가 있느냐의 잣대도 정부 맘대로다. 경영난을 겪는 언론들에 경제적 제재는 치명적이다.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는 얼어붙게 될 것이고(chilling effect), 정부 발표만 받아쓰는 발표저널리즘(hand-out journalism)이 지배하게 된다. 정부여당의 실정 보도와 정책 비판은 사라지고 관보(官報)만이 살아남는다. 소위 fake news bill을 날치기 통과시킨 상임위원장은 도종환 의원이다. 그는 ‘접시꽃 당신’ 등을 지은 베스트셀러 시인이다. 시인은 자유를 노래하고 미래를 예언해야 한다. “미망의 어두운 밤길 흐린 달빛으로 걷다가/착하게 잠든 산천 아래 부끄러워라/업의 윤희를 쌓고 또 쌓는 어리석은 길/털어버릴 수 없어 풀 한 포기 앞에서도 부끄러워라”(밤길). 시인은 또 하나 업을 쌓는다.

많은 경우 가짜뉴스의 주진원지는 놀랍게도 청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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