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커지는 신중론…이재명 “중과실 추정은 논의 필요”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0:03

업데이트 2021.08.2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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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는 26일 “언론중재법 통과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이준석 대표. 김경록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는 26일 “언론중재법 통과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이준석 대표. 김경록 기자

“한 달 정도라도 더 숙의할 수 있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정기국회 대비 비공개 워크숍’에서 박재호 의원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한 말이다. 이어 연단에 오른 장철민 의원은 “민주주의에 관한 입법을 하는 방식도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나 유튜브를 규제하는 정보통신망법까지 함께 논의해서 납득 가능한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이날 회의에선 7명의 민주당 의원이 ‘언론중재법에 대해 숙고하는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률가 출신인 송기헌·오기형 의원은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목하는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 등의 법리적 문제를 지적했고, 조응천 의원은 “이 법안을 밀어붙이면 4·7 재·보선에서 질타를 받았던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이 부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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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크숍에 앞서 대선후보 자격으로 의원들 앞에서 인사한 박용진 의원은 “언론중재법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이번 법 개정이 새를 향해 던진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를 때리는 ‘개혁의 부메랑’, 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지 않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인 이상민(5선)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현저하게 언론의 책임을 가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 삭제 ▶손해배상액 상한선 3배로 완화 ▶하한선 1000만원 신설 ▶기사열람차단청구권 규정 삭제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충분히 토론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7일 미디어혁신특위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30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제동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자칫 회군했다가는 강성 지지층의 거센 반발 등 역풍을 자초할 수 있어서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워크숍에서도) 개정안 자체에 대한 지적보다는 ‘입법 독주’ 프레임에 갇힐 거란 정무적 우려가 컸다”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 역시 “송영길 대표도 ‘면책 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에 언론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법이란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공익침해행위 관련 보도와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보도 등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원내대표가 소집한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구성원 면면을 보면 보류보다는 강행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오후 SBS TV에 출연해 개정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했다. “명백히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 누군가를 가해하기 위해 언론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한다”는 논리였다. 다만 이 지사도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과실이나 실수에 대해서 또는 입증되지 않았는데 추정을 해서 (징벌 책임을 지우는) 이런 것들은 좀 충분한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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