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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러 올게" 약속 지켰다, 아프간인 부둥켜안은 사진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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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한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스1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한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스1

미국과 우방국들이 예상치 못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이른 탈환에 아프간 현지에서 동료를 두고 먼저 떠나야 했던 한 외교관이 "꼭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외교부는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391명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임을 전하면서, 그간 이송 작전이 진행된 카불공항 현지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 사진 속 김일응 주아프간 공사참사관이 한 아프간인을 껴안고 감격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참사관이 부둥켜안은 사람은 대사관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아프간 현지인 직원이었다.

시간은 일주일 전 지난 17일로 되돌아간다. 탈레반의 예상치 못한 빠른 카불 진격에 한국의 외교부 본부는 카불 주재 대사관에 긴급 철수를 지시했다.

대사관에서 차로 불과 20분 거리까지 탈레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대사관 직원들은 미리 정해진 매뉴얼대로 긴급하게 철수작업을 마친 뒤 카불 공항으로 이동해 미군 수송기에 몸을 실었다.

김 참사관은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와 함께 마지막 교민 탈출을 안전하게 도운 뒤에 미군 비행기에 올라 카타르로 탈출했다. 하지만 당시 아프간 현지 직원들은 이 비행기에 함께 타지 못했고, 대신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인 지난 22일 김 참사관은 다른 대사관 직원 3명과 함께 다시 카불 공항에 나타났다. 한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그의 말은 이번 작전명 ‘기적’처럼 현실로 이뤄졌고 아프간인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냈다.

탈레반이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한 이들에게 보복을 가하리라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가족들과 함께 목숨 건 탈출을 결행한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작전에 나선 김 참사관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카불 공항에서 뜨거운 재회의 포옹을 나눴다.

김 참사관은 외교부 직원들의 단체 메신저 방에 “경황없이 (카불을) 떠났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그게 제일 기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다행히 김 참사관이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 공관원과 현지 직원들은 대사관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늘 접하는 만큼 매우 가깝다. 또한 현지 직원들은 대부분 오래 근무한 케이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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