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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자, 인명구조요원이었다" 靑 청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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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주변 지인에게 연인 관계인 것을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남성이 인명구조요원 자격을 취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보유한 A씨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데 이어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응급 상황에서도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고, 119에 거짓 신고한 사실까지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5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 여성 B씨를 수차례 폭행했다. 심한 폭행으로 B씨가 의식을 잃자 A씨는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것 같다"며 119에 거짓 신고를 하기도 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한 달여 간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 17일 결국 숨졌다.

B씨의 유족은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 제목의 글에서 "한 줌 재로 변한 딸을 땅에 묻고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억지로 기운을 내서 글을 쓴다"고 말했다.

청원인인 B씨의 어머니는 "제 딸을 사망하게 한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라며 "가해자는 지난 7월 25일 새벽 2시 50분경, 딸의 오피스텔 1층 외부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을 오가며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이어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응급실에서는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심장만 강제로 뛰게 한 뒤 인공호흡기를 달아 놓았고, 딸은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A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죄명을 상해치사로 바꾸고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원인은 "저희 가족은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 불구속 수사라고 한다. 가해자는 병원은커녕 장례식에 와보지도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원인은 또 "가해자는 운동을 즐겨 하며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이라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이가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을까"라고 물었다.

이어 "응급구조 노력을 하기는커녕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냐.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보면 곧바로 119 신고부터 하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 이런 행동은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번에도 또다시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곧 살인과 다름없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며 "더 이상 딸과 같은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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