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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졌다, 볼넷으로 자멸하던 '9억팔' 유망주

중앙일보

입력

3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에서 키움 신인 투수 장재영이 3-1의 승리를 마무리하며 세이브를 올린 뒤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3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에서 키움 신인 투수 장재영이 3-1의 승리를 마무리하며 세이브를 올린 뒤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13.5개. 투수 유망주 장재영(19·키움)이 올 시즌 전반기 기록한 9이닝당 볼넷이다.

장재영은 지난해 10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만 KBO리그 역대 2위인 9억원이었다. 탄탄한 신체조건(188㎝, 88㎏)을 앞세워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다. 덕수고 3학년 때는 비공식으로 스피드건에 시속 157㎞를 찍기도 했다.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메이저리그(MLB)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실력과 가치가 입증된 선수다. 키움에 입단해 국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한 장재영은 제구 불안을 노출했다. 볼넷을 남발하다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4월 29일 고척 두산전에선 ⅓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주며 자멸했다. 투구 수 37개 중 스트라이크가 15개(31.9%)에 불과했다. 참다못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튿날 장재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5월 말 홍원기 감독은 "아직 구상에 없다. 당장 올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재영은 2군에서도 31이닝 동안 볼넷 34개를 허용했다.

1군에서 잊힌 존재가 되는 듯했다. '입단 동기' 이의리(KIA)와 김진욱(롯데)이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는 동안 그는 계속 2군에 있었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후반기 일정이 시작된 지난 10일 장재영을 1군에 깜짝 등록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장재영은 후반기 첫 다섯 번의 등판에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쾌투했다. 관심이 쏠린 볼넷은 2개. 9이닝 환산 3.6개다. 시속 150㎞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꽂히자 타자들이 대처에 진땀을 뺐다.

송신영 키움 투수코치는 "여러 가지 기술 훈련도 진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선수가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제구에 신경 쓰다 보니 실투가 나오면 선수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투도 하나의 공이라는 생각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던지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은 물론이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키움 구단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재영도 부담을 내려놨다. 그는 "마음 자세의 변화가 크다. 2군에서 훈련하면서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한다"며 "실투가 있더라도 그 공에 연연하지 않는다. 볼넷이 나오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내가 던지려고 했던 공을 던졌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운드 위에서 차근차근 과정을 곱씹으며 서서히 야구에 눈을 뜨고 있다.

장재영의 빠른 볼은 꽤 위력적이다. 제구만 된다면 힘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오른손 파이어볼러로 가치가 높다. 후반기에는 각이 큰 커브를 더해 투구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장재영은 "자신감이 생겼다. 2군에서 직구를 많이 던지며 제구력을 가다듬었다. 직구가 잘 들어가니 변화구도 좋아진 거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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