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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정애의 시시각각

이재명 지사직 유지 옳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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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한반도 평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한반도 평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황교익 사장 내정 철회 과정에서
“지사직 선거 이용” 비판 거세져
이 지사 “선출직 책임 다하겠다”

#1. “이재명 지사가 잘한 거다.”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 여론이 들끓을 때 지인이 한 말이다. 이 지사가 “보은 인사 아니다”고 말했지만 세상은 믿지 않았다. 실점 요인이겠거니 했는데 지인은 달리 봤다. 어찌 됐든 ‘선거 선수’들에겐, 대가가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황씨든, 황씨가 대표한다는 친문 세력에게든 말이다. 그는 “나라도 이 지사랑 일하겠다”고 했다. 결국 황씨는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나선 건 이해찬 전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다. 이 지사가 종국엔 사과했지만 황씨의 발탁 건은 아니었다. 이 또한 선명한 메시지였다.

#2. “경기도청이 도청캠프다.”

이 무렵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캠프에선 “경기도청이 도청캠프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불공정 채용 비리가 있었다”(신경민 상임부위원장)고 주장했다. 그러고 보면 이재명 캠프엔 유독 경기도에서 ‘녹’을 먹던 사람이 많다. 정무적 성격이 강한 비서실이나 공보 쪽만이 아니다. 한 언론은 “도청과 산하기관의 주요 직책자를 보면 이 지사의 인맥 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킨텍스·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경기도일자리재단·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경기도시공사 등등이다. 이 지사 때 출자·출연기관이 8곳(29곳) 늘기도 했다.
도청엔 고위직만 아니라 실·국 단위에도 이 지사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자문관 형식인데 도에선 “예전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도 관계자는 그러나 “결재라인에도 없는 이들인데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 이들을 거쳐야 비서실에서도 컨펌(확인)한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 사람들이) 최근 80여 명이 빠져나갔다고 하던데 실제로 많이 빠졌다. 비서실 일부와 홍보 파트 정도 남았다”며 “도청이 캠프화했다는 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3. “도정(道政) 사유화다.”

당시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엔 “황교익만 그럴 것 같니? 경기도는 이미 채용 비리 왕국”이란 제목의 글이 올랐었다. ‘도정 사유화’란 표현도 등장한다. 글쓴이는 경과원 소속인 듯했다.
공교롭게 지난 4월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신정현 도의원이 경과원을 거명하며 “불공정 채용”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142명 중 132명)인 구조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 도의원에 따르면 경상원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경과원에 태스크포스가 꾸려졌는데, 이후 경과원에서 30여 명이 경상원으로 이직했고 이 중 11명이 정규직이 된 건 일종의 내부 정보(출범)를 악용한 것이란 취지였다. 특히 4급 이상 7명 중 4명이 성남시와 전 원장 관련 인사라고 했다. 그는 LH공사 건에 빗대 “개발이 예정된 부지를 알고 땅을 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도는 이들 과정에 대해 “문제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4. “딱 놀부 같다.”

황씨 건을 계기로 이 지사에 우호적이었던 김두관 경선 후보가 한 말이다. “지사직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 이건 반칙이고 불공정”이라면서다. 이 지사는 “선출된 사람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 지사는 최근 사과 글에서도 “앞으로 권한과 책임을 맡긴 경기도민을 더 존중하며 더 낮은 자세로 더 성실하게 섬기겠다”고 했다. 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일련의 논란 과정을 보며 의문이 쌓여간다. 이 지사는 앞서 전 도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였다. 도민이라지만 유권자의 4분의 1이 대상이다. 국회 앞엔 경기도 행사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다. ^플랫폼 공정경제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 등인데 이 지사의 제안이거나 공약이다. 도정인가, 선거 캠페인인가. 일각에선 이 지사가 사퇴를 미루는 게 경기도에서 부정적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 주장도 나온다. 과장된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오해를 자초하나.

고정애 논설위원

고정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