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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피로·무력감 2주 이상 지속 ‘우울증’ 신호, 방치하면 염증처럼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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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우울증 조기에 잡는 법

식욕 떨어지고 불면증으로 고통 #사소한 일에 불같이 분노 폭발도 #선제적 상담·치료로 악화 막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가 지속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 사회적 환경 변화, 활동 제한, 대인관계 등 원인은 다양하다. 다행히도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질환 중 환자 스스로 의료기관을 찾는 유일한 질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 문제를 의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울증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변화를 캐치하면 조기 상담과 치료를 통해 작은 불씨에서 잡을 수 있다.

물론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르다. 단순히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한 상태를 의미하진 않는다. 우울증 진단 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 기간과 빈도다. 각종 우울증 검사 척도에서는 증상 및 변화의 지속 기간을 ‘최소 2주 이상’으로 잡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증상의) 2주 이상 매일 지속’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의외로 피로감이다.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우울증으로 내원한 환자가 가장 호소하는 증상은 피로감”이라며 “공통적으로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무기력은 피로감에 의욕이 저하된 상태다.

전두엽·해마 기능 떨어져 각종 증상 표출

둘째는 불면증이다. 불면증은 우울증의 대표 증상이자 이를 악화하는 요소다. 잠은 뇌를 비롯한 신체가 쉬고 재충전을 하는 과정인데,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트레스로 인한 자극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면증은 그 자체가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면증이 우울증의 악순환 고리로 작용하는 이유다. 셋째, 식욕 저하다. 이는 무기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우울증의 상태는 식욕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넷째, 무감각이다. 우선 평소에 즐겁거나 기뻤던 일에 대한 감흥이 줄어든다. 슬픈 감정에 대한 반응까지 줄어들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후각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후각이 시각·청각·촉각과 달리 우울증과 연관이 높은 뇌의 해마와 직접 연결돼 있어서다. 강한 향기나 냄새를 유독 느끼지 못하는 것도 우울증의 증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후각 저하는 치매·파킨슨병의 공통 증상이기도 하다. 특히 후각 저하는 불면증처럼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환자의 43%가 후각 상실로 인해 우울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다섯째는 감정의 폭발이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이 전전두엽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탓이다. 전전두엽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되게 본능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특징 중 하나로, 감정의 컨트롤을 담당한다. 한창수 교수는 “우울증이 지속하면 신경계에 일종의 만성 염증처럼 작용해 뇌가 에너지를 제대로 쓰지 못해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며 “그러면 울컥하고 감정이 올라왔을 때 이를 제어해 주는 부분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장인이 집에 와서 화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전전두엽의 기능을 끄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우울증도 폭발적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약은 평생 복용? 대표적인 오해

단순한 우울감과 우울증은 어느 정도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가장 간단한 평가 척도는 ‘PHQ-9’이다. 9가지 문항에 대한 빈도를 체크하고 이를 점수화한 결과로 우울감의 정도를 알 수 있다.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우울감 검사 척도(PHQ-9)를 제시하고 있다. 우울증이 의심될 경우 검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검사 결과가 4점 이하면 정상, 5점을 넘어가면 우울 증상이 의심되는 상태다. 만약 10점 이상이면 우울증 진단 가능성이 큰 단계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해서는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진료를 받는다고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약을 처방받는다고 해서 고혈압 등 만성질환처럼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 교수는 “운동 등으로 체력을 키우거나 휴식을 충분히 갖는 것만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약은 절대 평생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우울증도 내적인 요인과 외적인 요인의 종합적 결과인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내적인 요인, 특히 생물학적 요인을 줄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러닝 코치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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