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외대 직원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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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일 동안 장기파업을 벌여온 한국외국어대(총장 박철) 직원노조가 6일 사실상 파업을 끝냈다.

외대 직원노조는 이날 오전 조합원 총회를 열고 노조지도부 25명을 제외한 파업참가자 전원(119명)이 이 날짜로 업무에 복귀키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조합원은 갑작스러운 업무복귀로 인한 심리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 정도 휴가나 재택근무를 하고 13일부터 정상출근하게 해 달라"며 업무복귀 의사를 밝혔고 학교 측은 이를 수용했다. 노조지도부 25명은 차기 조합장 선거까지 한시적으로 파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외대 노조는 올 4월 6일 학교 측이 인사.징계위원회의 노조원 수를 줄이겠다며 단체협약을 해지하자 이에 반발해 전면파업에 돌입했었다.

◆ 무노동 무임금 원칙 고수=학교 측은 이날 연 비상처장단 회의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고, 파업 기간 중 불법행위를 한 노조원은 징계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업 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도 장학금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외대 노조는 만 7개월의 장기파업을 사실상 아무런 성과 없이 끝마치게 된 셈이다.

학교 측 관계자는 "노조 측이 스스로 전면파업을 철회한 것은 타협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한 학교 측의 대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복귀 시한을 넘겨 복귀한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가 열릴 수 있다"며 "하지만 기존 방침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직원들의 생계안정 방안 등 종합적인 사후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 학생.교수.학교 전방위 압박에 '백기투항'=파업 초기부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운 학교 측은 이를 꾸준히 고수했다. 9월엔 "노조원들의 미지급 임금 40억원 가운데 15억원은 도서관 개보수, 도서자동반납기 설치 비용으로 쓰고 나머지 25억원은 학생 장학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교수들도 지난달 30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파업 노조원은 학교가 통보한 최종시한인 31일까지 조건 없이 복귀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게다가 파업으로 인해 도서관과 취업센터 업무가 마비되는 등 학생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총학생회가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학내 여론까지 악화됐다.

이 때문에 파업 이탈자들은 계속 늘어나 학교 측이 '마지막 복귀 시한'으로 통보한 10월 31일까지 44명이 업무에 복귀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이날 3시간에 걸친 격렬한 토론 끝에 일부 강경 노조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원 업무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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