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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용' 베트남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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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활기 넘치는 하노이=베트남 수도 하노이 서부에 위치한 팜 훙 지역. 서울의 강남에 비견되는 주택 신개발지다. 입구엔 파도 모양의 지붕을 한 거대한 국제컨벤션센터가 비상하는 경제를 대변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위해 베트남의 9개 건설회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지은 것인데 높이는 50m, 전체 면적은 6만㎡에 달한다. 4일 오후 이곳은 주말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크게 붐볐다.

하노이 시내 곳곳엔 APEC 정상회의를 환영하는 깃발이 5000개나 내걸렸다. 깃발 하단에는 GM.씨티은행.삼성.LG.비자카드.시노팩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름과 로고가 적혀 있다. 물론 공짜는 없다. 기업당 최소 20만 달러의 후원금을 내고 이름을 올렸다. 후원 기업이 모두 700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결과 기업 후원금이 행사 비용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한다. 비영리적인 국제 행사도 흑자를 생각하는 게 요즘의 베트남이다. 응우옌타잉짜우 APEC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렇게 많은 외국 기업이 몰릴 줄 몰랐다. 베트남의 미래가 그만큼 밝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베트남은 최근 아시아의 50개국을 대표해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도 내정됐다. 내년 10월 유엔총회에서 공식 선출되면 2008년부터 2년간 안보리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경제뿐 아니라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책임 있는 주체로 등장하는 것이다.

◆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열린 세계관=최고지도자인 농득마인(65) 공산당 서기장은 8월 재선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 그는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더 이상 과거를 논하지 말자"고 했다. 1970년대 후반 국경분쟁으로 서로 총부리를 겨눴지만 양국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마인 주석은 이어 영유권 분쟁지역인 통킹만 연안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동 개발하자고 제의했고 후 주석도 이에 흔쾌히 응했다. 응우옌떤중(56) 총리는 지난달 30일 중국 광시(廣西)성 난닝(南寧)에서 열린 중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교류 15주년 기념 정상회담에 참석해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역설했다.

16년간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는 군사협력을 다질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떤중 총리는 6월 취임 직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양국 간 전면적인 협력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 양국은 베트남전 종전 후 31년 만에 군사협력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올 연말에는 베트남 장교 수십 명이 미국 군사학교에서 연수도 받는다.

일본과도 거리를 바짝 좁히고 있다. 응우옌민찌엣 주석은 지난달 30일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를 베트남으로 초청해 "과거는 접어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떤중 총리는 같은 달 19일 첫 해외 순방지로 일본을 방문, 자유무역협정(FTA)을 겨냥한 경제연대협정(EPA)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하노이=최형규 특파원, 서울=박소영 기자

*** 바로잡습니다

11월 7일자 1, 5면에 실린 베트남 시리즈 기사 중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2005년 기준)이 서로 다르게 나갔습니다. 5면 기사는 587달러, 1면 표는 2800달러였습니다. 통상적인 기준에 따른 1인당 GDP는 587달러가 맞습니다. 2800달러는 구매력을 감안해 평가한 수치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홈페이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생필품 가격이 싼 개발도상국의 경우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면 이처럼 1인당 GDP가 높아집니다. 구매력을 고려한 국민소득은 그 나라의 실질소득과 생활 수준을 가늠하고자 할 때 유용합니다. 한편 베트남은 지난해 8.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수출액은 324억 달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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