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 쿨파」운동(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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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메아 쿨파,메아 쿨파,메아 막시마 쿨파.』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중에 이런 기도문을 외운 시절이 있었다. 「고백의 기도」중 한 구절이다. 라틴어로 「쿨파」(Culpa)는 『잘못』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나라마다 자국어로 미사를 집전하지만 60년대 이전만 해도 라틴어가 만국의 미사 공용어였다.
바로 그 「메아 쿨파」가 우리나라에선 『내 탓이오』로 번역되어 신자들이 그 「고백의 기도」를 외우며 『내 탓이오』라고 할 때마다 주먹 쥔 손으로 가슴을 친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자책과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 가톨릭에서 벌이고 있는 「내 탓이오」운동은 그런 점에서 공감의 여지가 많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면 어려운 문제가 따로 있을 것 같지 않다.
오늘의 경제가 수렁 속에 빠진 것은 때마침 벌어진 중동사태를 탓하기보다는 정책 입안자나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경영자들,근로자들,각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쪽이 우리에겐 훨씬 공감이 간다.
정기국회를 열어놓고도 나라의 살림은 물론 국민의 고통조차 외면하는 정치파탄을 정치인들은 서로 상대방 탓으로만 손가락질하고 있다. 자기의 가슴을 치는 국회의원이나 위정자는 도무지 없다. 체통도 모르고 내분이나 일삼는 거대여당은 가슴을 쳐도 골백번은 쳐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야당 통합문제도 국민의 눈엔 누구의 잘못인지 빤히 보이는데 당사자들은 다른 핑계만 댄다. 올가을의 홍수도 하늘 탓으로만 돌릴 일인가.
길거리에 넘치는 자동차의 행렬은 길이 좁은 탓만 해야 하나. 운전자가 더도 말고 하루 한번씩만 양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차를 몰면 지금처럼 숨막히는 교통체증은 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좁은 길목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운전자들을 보면 그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지 다시한번 쳐다보게 된다.
더러운 강물,쓰레기 덮인 산과 들,필경 또다시 아귀다툼판이 되고말 추석연휴의 귀향길,관가의 부정과 부패,허영과 행렬,그 모두가 남의 탓만은 아니다.
「내 탓이오」운동은 「우리 모두의 탓」운동으로 확대될 때 우리 사회는 좀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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