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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헤야」연주 때 조선족 "어깨춤"|화려…장엄…중화의 기상 수놓은 개막행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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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경=특별취재단】1990년9월22일 오후 북경.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점 없다. 24도의 가을 햇살이 따갑다.
오후 4시15분. 일시에 7만여명의 시선이 창공을 응시한 가운데 대형 수송기 한대가 수십 개의 빨간 점을 쏟아놓는다.
다이버마다 대회참가국들의 국기를 달고 있다. 태극기와 북한의 인공기도 보인다. 차례로 노동자 스타디움 운동장 한가운데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또다시 수송기 한대가 날아오더니 11개의 낙하산이 항공을 수놓는다. 빨강·노랑·초록·보라·분홍의 복장을 한 여 공정대원들이 내려온다(천여 교화).
4시35분. 인민해방군 군악대가 입장, 신나는 연주로 흥을 돋운다.
뜻밖에도 우리의 흥타령 『옹헤야』도 연주되어 수천의 남북한, 그리고 조선족 관람객의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4시50분. 은빛 태극권도복의 물결이 그라운드에 출렁인다. 중국과 일본의 남녀 태극권 애호자 1천4백명.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에 한문과 영문의 카드섹션이 현란하게 춤을 춘다.
1만2천명이 참가한 장관이다.
5시 정각. 개막을 알리는 타종소리·북소리도 요란하면서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북문을 통해 기수 단이 입장하자 그 문 위에 낯익은 글자가 들어온다. 「금강제화」의 광고판.
흰 단복차림의 건강한 청년 8명이 OCA기를 펼쳐들고 있다. 중국구냥들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며 그 뒤를 따른다.
신장 1m65㎝∼1m73㎝, 16∼23세 미녀 1백40명의 손에는 대회의 상징화인 작약·국화꽃이 들려있다.
이어 하얀 원피스·짧은치마·흰 구두를 신은 피킷 걸의 모습이 보이면서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27번째 전광판에 「조선」이 새겨진다. 영 문명 「DPR KOREA」북한이다.
잠시 후 스리랑카·베트남에 이어 전광판에 「한국, KOREA」가 새겨지고 태극기가 펄럭인다. 은은한 『아리랑』의 연주가 스타디움을 감싼다.
중국을 끝으로 입장이 끝나자 태극기는 본부석 오른쪽 끝에서 네번째, 인공 기는 왼쪽 끝 네 번째에 서있다. 남과 북이 또다시 너무 멀리 갈라서 있다.
그러나 전광판은 「아시아인의 단결·우의 만세」를 외치고 있다.
1만 2천 마리의 비둘기가 창공을 뒤덮자 중국전역 2만㎞를 달러온 성화가 하얀 연기를 휘날리며 힘차게 뛰어들어 환호와 박수 속에 드높은 대형 성화로 에 점화될 때 모든 관중은 오로지 평화를 생각하듯 뜨거운 감동에 휩싸였다.
카드섹션은 천안문에서 만리장성과 성화로 로 끊임없이 바뀌더니 「단결·지의·진보」의 한자 체에 낙관까지 새긴다.
남·북문을 통해 초록과 흰색조화의 여고생, 연꽃 문양의 선녀가 들어온다. 벽수풍하.
창공을 그린 카드섹션을 배경으로 6마리의 학이 날아 올라간다. 선학비상 장관이다. 병풍 속 그림 같다. 학은 모터로 조종된다.
중화무술 시법과 검사들의 칼춤 군무가 이어진다.
선수선서. 각국 국기가 단상 앞으로 모여든다.
선수단이 퇴장하고 6시부터 약 l시간10분에 걸쳐 오색의 율동이 끊이지 않는 매스게임 등 중국문화예술의 한마당이 펼쳐져 황색대륙의 대축제 아시안게임의 장도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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