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대학생 집회(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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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대협은 오로지 정치투쟁에만 매달려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대학인들을 외면해 왔습니다.』
『최루탄과 화염병을 학원에서 추방하고 새로운 대학문화를 만들어 나갑시다.』
전대협에 대항해 21일오후 서울올림픽공원내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전국학생협의회(전학협) 발대식은 다른 학생집회와는 여러면에서 사뭇 달랐다.
지방에서 올라온 전세관광버스가 주차장을 가득 메웠고 밝은 조명의 체육관에는 붉은 머리띠 대신 푸른 어깨띠를 두른 학생 1천5백여명이 발대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 S고교의 대규모 밴드가 연주를 맡았는가하면 인기가수가 나와 애국가를 선창하기도 했다.
식장 주변에는 가끔 사복경찰만 눈에 띌뿐 전투경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농민후계자들까지 서울에서 외면당해 지방에서 대회를 치르는 판에 대규모학생집회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특히했다.
경찰은 「폭력시위 우려가 없고 순수학생활동」이므로 집회신청을 받아들였고 올림픽공원측도 같은 이유로 경기장을 빌려줬다고 했다.
주최학생들은 이런 일로 혹시 오해를 받을까봐 『순수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그러나 발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부 학생들이 자리를 뜨려하자 주최측 학생들이 『식장 분위기를 위해 조금만 참아달라』고 호소하며 참가자들이 못나오게 체육관 문을 잠그기도 했다.
전학협측의 「전국에서 핵심회원 3천명이 참석할 것」이란 당초 주장과는 숫자는 물론 회원의 성격자체도 꽤 거리가 있어 보였다.
시설사용료와 전세버스ㆍ플래카드설치 등 발대식이 「거창하다」는 질문에 『조직이 처음 생겨나는 것이라 뜻을 같이하는 기성세대로 구성된 후원회로부터 일부 지원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게 한간부의 실토.
전학협이 「그렇고 그런단체」라는 재야 등 운동권의 주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면서 순수학생활동단체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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