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책과주말을] 거식증 싹~ 고친 그 밥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어머니의 수저 윤대녕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56쪽, 9800원

글과 음식은 맛이 생명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도 먹기 좋게 요리하는 작가들의 '음식론'은 때론 음식 자체보다 맛있다. '한국 맛있는 집'(홍성유), '맛과 추억'(황석영), '소풍'(성석제) 등 많이 작가들이 밥상 앞에 책을 바쳤다. 그들에게 음식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거나, 꽉 막힌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촉매가 된다.

소설가 윤대녕(44)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거식증에 시달리던 30대 중반에 그는 밥 한 끼 맛있게 먹는 게 소원이었다. 그때 그의 입맛을 다시 찾아준 음식은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만난 묵은지. 이후 작가는 한식주의자가 됐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곳 사방 십리에서 난 음식을 먹어야 무병장수한다." 소위 신토불이(身土不二)요, 로컬푸드(local food) 옹호론이다.

맛 탐방은 된장.고추장.간장 같은 발효음식에서 시작해 소.돼지.개 등 네발 짐승을 거쳐 명태.고등어.갈치 등 생선류로 이어진다. 바늘 간 데 실 간다고 소주.맥주.막걸리가 빠질 수 없다. 노량진 수산시장, 남대문 시장, 제주도 등 먹을거리가 푸짐한 공간에 대한 예찬도 끼어든다.

여러 음식에 얽힌 작가의 사연이 밥이라면, 각 음식에 대한 역사.인류학 지식이 반찬이 된다. 맛깔스런 한식 뷔페가 차려진 것이다. 독자에게 남은 일은 펄펄 끓는 된장 뚝배기에 숟가락을 넣는 것. 작가도 오래 떨어져 살았던 어머니를 초대했다. "여기 한 밥상 차렸으니 함께 드셔보십시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