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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총재 「조건부 복귀」 시사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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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못미룰 등원 “모양 갖추기”/평양회담ㆍ수해 등 현안 쌓여/일부 비난 불구 “대화” 응할 듯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14일 등원을 위한 9월 중 대여협상용의를 표명하는 한편 완화된 등원전제조건을 제시,여야간에 정국정상화를 위한 대화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김 총재는 『10월16일 평양 남북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있고 증시ㆍ물가 등 경제상황이 심각하며 중동사태의 위기도 여전한 때 국내 정국의 불투명성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말로 여야협상의 명분을 세우면서 9월 중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김 총재는 평민당이 주장해온 5개 등원조건 중 날치기통과 악법시정ㆍ조기총선실시ㆍ민생문제해결 등 3개항은 뒤로 돌리고 우선 내각제개헌추진 포기선언ㆍ지자제실시 등 두가지만 보장되면 대화에 응할 뜻을 밝혔다.
김 총재는 특히 내각제포기문제에 대해서는 『민자당에 백기항복까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민자당이 내각제개헌을 않는다는 뜻을 당의 공식견해로 밝히고 우리는 이를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면 내각제를 않겠다』고 한 것을 당의 공식견해로 표명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총재의 이같은 제의에 정가에서는 여당의 호응을 기대하는 유화의 몸짓인 동시에 통합을 지연시키며 평민당의 등원발목을 잡으려는 민주당에 대한 견제용으로 풀이하면서 등원협상의 성사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물론 김 총재의 발언에 정반대의 해석을 하는 측도 없지 않다.
김 총재의 등원결정에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판단과 대권도전의 꿈을 위해서는 대결상태를 견지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당내 분위기는 등원론에 보다 비판적이다.
김 총재의 몇몇 측근들은 『재선 이상 중진들 사이에는 국내외 주요현안과 이에 따른 국민정서를 감안,등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많은 초선의원들은 굴복으로 비칠 명분없는 등원을 결단코 반대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소속의원 70명중 상당수가 이런 입장에 있어 김총재라도 섣부른 조건으로 이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재야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설 것이며 민주당도 선명성을 내세워 비난을 퍼부을 게 분명해 그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등원장애 조건에도 불구하고 김 총재의 제의는 대화를 통한 등원쪽으로 더 기울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현재로 봐서 민자당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곤 ▲내각제문제에 있어서 『국민이 반대하면 개헌할 수 없다』는 원론적 의사표시 ▲지자제실시 시기에 있어서 약간의 조정 가능성 정도다. 더군다나 시ㆍ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는 민자당이 간단히 결정할 수 없는 문제여서 협상의 폭은 대단히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총재나 평민당이 등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은 우선은 ▲민생포기에 대한 국민여론의 압력이며 ▲광주권개발을 위한 예산의 확보라는 실질적 문제가 있고 ▲앞으로 개선이 가능한 남북문제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평민당이 사퇴서를 던지고 국회에서 뛰쳐나온 후 국내외 사태진전은 평민당의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중동사태로 뉴스초점은 기름값문제로 옮겨갔고 남북총리회담ㆍ수해 등이 정치권의 싸움을 뒷전으로 내몰았다.
어차피 민자당이 국회해산을 하지 않을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앞으로 평양회담 등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과 물가 등 경제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되면 국회를 무기력하게 만든 책임을 야당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평민당으로서는 광주 첨단기술단지개발 등의 예산을 확보하는 문제가 있으며 농어민과 서민을 위한 예산투쟁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군다나 평양회담의 개최나 임박한 한소 수교 등을 정치권 밖에서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 총재로서는 무언가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지자제 등에 있어서 소득을 올리고 입성할 것인지,아니면 무조건 등원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지자제단체장 선거는 93년 대권고지를 노리는 김 총재로서는 절실한 기초공사중의 하나다.
따라서 일단 여당과 마지막 막후접촉을 해본 후 등원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평민당입장으로 볼 때 섣불리 공개적인 등원협상을 벌이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민자당의 반응을 봐가며 막후협상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미 평민당은 국회의장과 민자당의 공개사과 및 김재광국회부의장ㆍ김동영총무의 인책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들 공식창구와 협상을 벌일 수도 없다.
아무튼 등원협상은 중진회담과 김윤환정무장관ㆍ김원기 전총무의 막후접촉 등 공식ㆍ비공식 회담이 병행될 것으로 보이며 협상경과가 순조로우면 노태우대통령ㆍ김대중총재간의 영수회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민당은 막후접촉을 벌여나가면서 협상에 대한 내부정지작업에 들어가 9월 말쯤 의원총회를 열어 김 총재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수순을 밟아 협상태세를 정비한 후 공식협상에 나서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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