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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전당포' 불황타고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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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명품 전당포 A사 매장. 쇼윈도와 진열장에 각종 명품 지갑.액세서리.가방.신발들이 가득 차 있다. 모두가 고객들이 맡긴 '새것 같은 중고품'이다.

이곳을 찾은 회사원 李모(26.여)씨는 "2년 전에 산 것"이라며 구찌 핸드백을 내밀었다. 그는 "우선 카드빚을 갚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유행에 맞춘 새 핸드백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명품 전당포가 짭짤하게 재미를 보고 있다. 카드빚에 쪼들린 명품족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명품을 속속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지역에 생겨난 명품 전당포는 현재 압구정동.신사동 일대에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A사 지점장 金모(33)씨는 "예전에는 구입한 명품이 싫증나면 그냥 집에 두었지만 요즘엔 신모델로 바꾸거나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들고 나오는 고객이 한달에 1천명 정도"라고 말했다. 신제품과 다름없는 경우 대출금은 구매가의 70%까지. 금리는 월 4~5.5%로 높다.

서울 역삼동 C사의 朴모(43)사장은 "요즘엔 일반 명품과 함께 벽걸이TV.캠코더는 맡길 수 없느냐고 묻는 사람이 늘었다"며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명품을 사기 힘들어지자 단기간 빌려 사용하는 '하루치기' 명품족도 등장했다.

명품 대여업소 '럭셔리9'의 박승우(35)대표는 "명품을 써오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주말에 한두차례 이용하기 위해 빌리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루 대여료는 1만~3만원선. 가격의 30%를 보증금으로 맡겨야 하는데, 루이뷔통.샤넬 가방이 인기 품목이다.

김정하.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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