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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까지 손댄다… 일 사립대 "거의 0% 금리 믿다간 재정 악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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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의 유명 사립대학인 게이오(慶應) 대학은 올 8월 간부회의에서 경리부장을 미국에 급파키로 결정했다. 보다 공격적인 대학 자산운용으로 더 많은 금융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목적지는 헤지펀드 회사들.

이 대학의 경리부장은 골드먼삭스 등 쟁쟁한 금융회사는 아예 둘러보지도 않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만 다섯 곳을 돌았다. 그리고 이 가운데 미국달러화표시 재정거래형 헤지펀드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선택했다. 게이오 대학은 지난달 이 헤지펀드에 3000만 달러(약 35억 엔)를 투자했다.

일본 사립대학들이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예금.국채 등 기존의 '안전' 위주 자산운용에서 국내외 주식과 파생상품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립명문 조지(上智) 대학의 경우 총 422억 엔의 운용자산 중 대부분을 고수익 상품 쪽으로 돌렸다. 0%에 가까운 예금금리를 믿고 있다간 재정 악화를 막을 길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조지 대학은 중.소형주와 대형 우량주를 골고루 섞어 50개 종목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또 돈이 될 법한 신규 상장 종목을 골라 공모 가격으로 과감하게 대량 매입한 뒤 상장 직후 이를 매각해 짭짤한 이익도 내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보유 중인 노무라(野村) 부동산홀딩스와 이데미쓰(出光)흥산(주유소 체인 운영) 주식이 최근의 부동산 가격과 원유가 상승 덕분에 대박이 터졌다"고 말했다.

도호쿠(東北) 복지대학은 아예 대학본부 내에 실시간 시황 모니터를 설치해 통화 간 환율 차를 이용한 통화 옵션 거래에도 나서고 있다. 또 40억 엔가량을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엔화의 환율 변동에 따라 금리가 추가로 붙는 엔화 표시 변동환율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사립대학들이 이처럼 헤지펀드에까지 손댈 정도로 공격적 자산운용을 하게 된 주된 이유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이 최근 4년제 대학 495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4년도 수업료.보조금 등의 총수입은 평균 72억 엔. 5년 전인 1999년(82억2900만 엔)에 비해 12% 줄었다. 학비 수입과 정부의 사학 조성 보조금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 확실한 만큼 이를 운용 수익 증대를 통해 메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판단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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