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산에 사는 날에'

'산에 사는 날에'- 조오현(1932~ )

나이는 뉘였뉘였한 해가 되었고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 보았다

말로는 말 다할 수 없으니 운판 한번 쳐보라, 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고

그리고 흐름을 다한 흐름이나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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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등 뒤로 솟은 산 보입니다. 등걸로 가는 손길 보입니다. 하늘로 반짝이며 흩어지는 운판 소리 듣습니다. 어둠 깊어져 뵈지도 않는 풀꽃, 속에서도 여전히 경 외는 풀벌레. 생각해 보면 거기가 대가람입니다. 흐름 다한 흐름 들으러 언제 동(東)쪽으로 가보나. 다시 등걸에서 손 거둔 자리 봅니다.

<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