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경품 안주고 해지·정지 땐 느림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 "초고속 인터넷을 몇 달 사용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끊어야 했다. 고객센터에 해지.정지 상담을 하려고 계속 전화했으나 도무지 상담조차 할 수 없었다. 며칠 뒤 간신히 연결됐지만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물고 할인 혜택을 반납해야 했다. 그래도 해지를 했는데 요구하는 서류 절차가 너무 많아 진땀을 뺐다."

# "사은품을 주고 요금도 깎아준다고 해서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특정 회사에 신규 가입했다. 몇 달이 지나도 경품을 주지 않아 본사에 연락했더니 가입한 지점 탓만 했다."

통신위원회에는 이런 민원 서류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과열.혼탁 양상을 더 이상 놔둘 수 없어 시장 정상화와 이용자 보호방안을 적극 추진한다고 2일 발표했다. 정통부의 강대영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이날 "포화 상태의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뛰어 들어 빚어진 과열경쟁 구조에서 통신위원회 단독으로 혼탁.출혈 경쟁을 바로잡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통부.통신위.정보통신정책연구원.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는 공정경쟁 여건 조성 전담반을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8월 말 현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1378만 명으로 가구 보급률은 87.2%에 달한다.

전담반은 우선 연말까지 계약 해지 절차 간소화, 개인정보 보호강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약관 정비를 한다.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 정통부 인가를 받는 KT 이용자 약관은 물론 그럴 필요가 없는 여타 사업자 약관도 소비자에 불리한 조항이 없는지 챙겨보기로 했다. 특히 ▶약정기간 후 통보없이 계약을 자동 연장하거나 ▶가입 계약 때 사은품 지급, 위약금 대납 등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는 일▶해지 과정의 지연 및 절차의 어려움 등과 관련된 약관이 검토 대상이다.

한편 상반기에 초고속 인터넷과 관련해 대한주부클럽연합회에 신고된 건수는 663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이 중 경품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무리한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168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거나 장애 발생 관련 상담은 1291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업자별 신고 건수는 하나로텔레콤(두루넷 포함)이 1953건, LG파워콤이 793건, 지역 유선방송사업자가 688건이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