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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압골 정체에 태풍도 한몫/중부에 왜 폭우 쏟아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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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강한 강우대 고기압사이에 끼여/84년 홍수때와 비슷한 기류형성
서울ㆍ중부지방을 강타한 이번 수재는 때아닌 가을 폭우로 그 원인을 돌릴 만큼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폭우의 원인이 달랐던 9일의 강우량을 제외하고 10,11일 이틀동안 내린 비의 양은 수원의 최고 5백15.6㎜에 이어 이천 4백84.9㎜,태백 4백77.9㎜,홍천 4백48.6㎜,강릉 4백30.7㎜,서울 3백67.5㎜ 등. 사흘치를 합하면 이천이 5백81.2㎜로 가장 많고 수원이 5백29.6㎜,서울은 4백86.2㎜.
불과 이틀동안 1년동안 올 비(서울지방의 경우 연평균 1천3백66.7㎜)의 3분의1이상이 온 것이다.
87년 7월22일 충남 서천지방에 하룻동안 6백7㎜의 비가 온 적이 있고 1920년 8월1∼3일 서울지방에 5백35.7㎜의 비가 집중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 비의 양은 84년 대홍수때의 3백34.4㎜,87년 태풍 셀마때의 2백99㎜를 훨씬 넘는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중앙기상대는 이번 집중호우의 원인을 한반도 중ㆍ북부지방에 형성된 강한 강우대(기압골)가 만주부근과 남해해상에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사이에 끼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정체된 데다 제17호 태풍 도트가 중국 남동쪽 해안에 상륙하면서 고온다습한 열대기류를 서울ㆍ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흘려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8월 하순부터 대륙성 고기압이 발달하면 북태평양 고기압은 수축돼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이번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계절에 맞지 않게 발달해 중ㆍ북부지방에 여름 장마때와 비슷한 기압배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후기장마」 「가을장마」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같은 현상은 84년 대홍수때도 있긴 했으나 상당히 드물게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올해가 사상최고로 비가 많은 특이한 해라는 점도 때아닌 집중호우의 원인과 연관시켜볼 수 있다.
서울지방의 경우 올 1월1일부터 9월11일까지의 총강수량이 2천2백69.8㎜로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비가 많이 왔던 1940년의 1년 총강수량 2천1백35.1㎜를 이미 크게 넘어섬으로써 역대 가장 비가 많은 해로 기록되게 됐다.
이밖에 강화ㆍ수원ㆍ양평ㆍ충주ㆍ이천ㆍ철원지방 등도 지금까지의 강수량 합계가 역대 최다우년의 1년 총강수량을 넘어선 상태다.
기상대는 올해 유난히 비가 많은 이유는 ▲지난 겨울 이상난동으로 강수량이 예년의 2배를 넘었고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돼 늦게 끝났으며 ▲6월이래 태풍이 직접 내습하지는 않았으나 다섯차례나 약화된 채 우리나라 주변을 통과하면서 다습한 열대기류를 몰고와 기압골을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에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기상대는 수년전부터 지구대기의 거대한 순환운동패턴이 이상행태를 보이고 있고 온실효과에 의한 대기의 온난화현상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과 함께 흑점활동 극대기ㆍ엘니뇨현상 등도 어느 정도 영향요인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김동균기자>
◇주요지역 강우량 (단위:㎜)
지역 (9일) 10일 11일 계
서울 (118.7) 120.0 247.5 486.2
수원 (14.0) 276.3 239.3 529.6
인천 (46.4) 127.3 255.3 429.0
춘천 (23.2) 145.0 213.0 381.2
강릉 (8.5) 100.2 297.5 406.2
강화 (123.0) 222.0 166.5 511.5
양평 (85.0) 216.4 191.3 492.7
이천 (96.3) 211.3 273.6 581.2
홍천 (60.3) 172.6 276.0 5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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