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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존 페퍼 FPIF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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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포린 폴러시 인 포커스(FPIF)'의 선임연구원인 존 페퍼는 최근 워싱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파워 트립(Power Trip)'(2003)의 저자로 9.11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외교 전문가다.

-반세계화 운동이 미국에 맞서는 가장 위협적인 세력으로 등장할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회의적이다. 반세계화 운동이 아무리 확산된다 하더라도 냉전시절의 소련과 맞먹는 반미 파워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세계화가 반드시 미국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다국적 유통업체인 카르푸는 프랑스에서 시작됐고,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모스버거(Mosburger) 햄버거는 일본산이다."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국방부가 테러 위협을 과장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네오콘은 '테러와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협을 과장했다. 알카에다가 국경을 넘나드는 정교한 테러조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개 테러조직에 '전쟁'을 선포한 것은 마치 나사를 돌리는 데 해머를 사용한 격이다. 테러는 전쟁이 아닌 국제범죄 소탕 차원에서 다루는 것으로 충분했다고 본다."

-중동이 반미주의의 온상이 된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군이 주둔해 있는 데다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 때문이다. 사우디에 있는 메카는 무슬림들에게 가장 신성한 곳이다. 그런 곳에 버젓이 미군이 주둔해 있는 것은 무슬림들로서 용납하기 힘든 행위다. 미국의 편파적인 중동정책도 중동에서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부시 대통령이 사용한 '불량국가'라는 용어가 왜 문제인가.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량국가는 통상적으로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한 국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어기고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있고, 중국도 티베트의 민주인사들을 투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불량국가가 아니다. 국제법 위반으로 따지면 미국만한 위반 국가가 없다."

-지난 50년 간 미국의 맹방이었던 한국과 독일에서 반미감정이 일고 있는 이유는.

"1차적 이유는 소련의 붕괴로 독일과 한국에서 안보 위협이 어느 정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나치즘의 상처를 안고 있는 독일은 포용정책과 국제규범을 상당히 중시한다. 따라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태도에 반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경우 문제는 미국이 한국을 '동생'취급한다는 것이다. 지난 50년 간 성장한 한국은 미국과 동등한 파트너십을 원하고 있지만 워싱턴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반미감정이 누그러질까.

"장담하기 어렵다. 설사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새 정권이 일방주의를 완전히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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