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벤처단지] 지자체·대학·기업 '삼박자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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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정밀기계 업체인 ㈜TCT는 지난해 6월 창업과 동시에 공장과 사무실을 마련했다. 삼성테크윈에서 13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한 권영석(42)씨는 전주 첨단벤처 단지에 입주하자마자 단지 안에 설치된 고가 연구장비를 활용해 가스터빈 엔진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업종 특성상 한 대에 수억원이 넘는 첨단 장비를 갖춰야 하는 부담을 던 것이다. 또 1백80평의 공장을 쓰는 이 회사가 내는 임대료는 월 30만원 수준이다.

기계.항공 분야를 전공한 대학생들이 실험장비 사용을 위해 이 단지로 종종 현장 실습을 나와 인력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權사장은 "벤처단지 입주로 초기 투자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차체.대학.정부가 손잡고 지난해 6월 조성한 전주 첨단벤처단지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단지 조성을 위해 전주시는 8천여평 부지의 옛 기능대 건물을 사무실과 공장으로 리모델링했다.

산업자원부는 1백80여억원을 들여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깔아 주고 값비싼 첨단 연구장비인 쾌속 조형기.3차원 측정기.정밀 가공기 등을 설치해 줬다.

운영과 관리는 전북대 자동차부품.금형기술혁신센터(TIC)가 한다. 전북대 TIC는 대학.연구소의 전문가를 연결해 기술 지원과 창업 초기의 경영을 도와주고 있다. 이런 입체적인 지원은 입주 업체의 경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금형업체인 몰드뱅크는 입주한 지 3개월 만에 자동차용 휠커버 45만달러어치를 홍콩에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티오캠은 1천5백도가 넘는 고온에도 타지 않고 유해가스를 내뿜지 않는 난연재를 개발해 관련 대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KCR는 그동안 전량 수입해 오던 고분자 소재의 연료 탱크를 국산화해 4백억원대 시장을 넘보고 있다.

현재 이 단지에 둥지를 튼 기업은 모두 14개. 1백50여명의 인력을 쓰고 있고 지난해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단지에 입주하려면 대학교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기술력.창업 의지 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이 단지를 둘러본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 발전을 위해선 지자체.대학.기업이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곳이 바로 그 모델 케이스"라고 격려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기계 관련 업체와 연구소 등을 모아 특화 단지로 만드는 일 등이 남아 있다. 입주 기업이 1백억원 안팎의 매출 규모로 성장하면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사무실 부지가 아직은 비좁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벤처단지 바로 옆에 3만여평 규모의 기계공단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단지 운영을 맡고 있는 양균의(51.전북대 교수)단장은 "기술집약적인 기계산업 단지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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