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회 이라크참가 저지 동조를" 사우디 요구에 한국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의 북경아시안게임 참가저지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에 특사까지 급파, 「북경대회파행위기」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라크제재와 관련하여 이미 중립입장을 취하기로 방침을 정한 한국은 양측의 노골적인 지원요청으로 깊은 곤경에 처해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스만알 사드청년복지부 차관은 6일 오후 극비리 내한, 7일부터 이라크제재문제를 놓고 외무당국을 비롯한 정동성 체육부장관·김종렬 대한체육회장을 잇따라 만나 협의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주재한국대사관을 통해 이라크제재문제를 한국 측과 직접협상하기 위해 알 사드차관을 파견한다고 밝히고 『아시아스포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이 빠른 시일 내 이라크제재를 결정, 아시아올림픽 평의회(OCA)회원국들이 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주도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해 왔다.
이 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한국의 김종하 OCA부회장이 OCA수석부회장을 맡고 있고 한국이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개최, 아시아스포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판단아래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6일 외무부를 통해 전문을 보내 ▲쿠웨이트의 북경대회참가를 지지해주고 ▲이라크의 대회출전을 저지해줄 것과 ▲앞으로 이라크가 개최하는 국제대회도 보이콧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이라크가 북경대회에 출전할 경우 OCA아랍회원국 10개국이 공동으로 대회참가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라크의 제재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측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있을 OCA회장선거 등 아시아스포츠무대에서는 물론양국간 체육이상의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될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한편 이라크도 이라크의 출전여부를 묻는 38개 회원국들에 보낸 OCA서면질의서와 관련, 지난4일 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 전문을 보내고 ▲OCA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정치적으로 축출한 예가 없어 이번 북경대회에 스포츠와 정치를 연계시킬 경우 OCA회원국들간에 크게 분열할 것이며 ▲모든 문제는 OCA총회에서 결정될 사항으로 지금까지 0CA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OCA헌장에 위배된다고 크게 반발했다.
한국은 이와 관련, 유엔의 이라크제재 안을 존중하되 이라크에 있는 한국인 보호와 경제적 이해 관계 등 현실적 입장을 감안해 사우디아라비아특사에게 『IOC와 OCA헌장상 스포츠와 정치를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기본입장을 이해시키는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본 등 일부 주요 OCA회원국들에도 긴급 특사를 파견, 이라크 제재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