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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회, 은어 사용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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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후 장씨는 매월 10일과 25일 오전 1시에 단파라디오를 청취하며 부활을 통해 암호를 풀고 지령에 따른 사업내용을 홍콩의 사서함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원이 난수표 암호해독책 등 전통적인 방법 대신 고전 문학 책을 사용하는 것은 단어가 풍부하고 적발되더라도 의심을 덜 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장씨 등 일심회 조직원들은 북한에서 지령을 받을 때도 철저하게 은어를 사용했다. 국정원이 입수한 일심회 보고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2005년 장씨 등에게 "민노당을 통해 통일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국가정보원 등의 실무진을 불러 대미.대북정책과 민노당 방북 회담에 대한 정부 정책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이 지령에서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군을 규탄하고 반전투쟁을 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4.15 총선과 올해 5.31 지방선거에서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 열린우리당을 지원하도록 민노당 지도부를 설득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담겨 있다고 한다. 또 일심회는 사업성과를 적은 보고문에서 "민노당 민족해방(NL) 계열 활동가 모임을 주도하고 있으며, 당내 활동가 3명을 위대한 장군님 사상으로 의식화 교양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심회 회원들은 현재 간첩 혐의뿐 아니라 대북보고문의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은어와 가명으로 교신='일심회' 조직원들은 지령과 보고문을 주고받을 때 철저하게 은어와 가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입수한 일심회 보고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민회사', 열린우리당은 '우회사', 한나라당은 '나회사'로 각각 표기했다. 북한 조선노동당은 '우리당'으로 불렀다. 좌파세력은 '좌회사', 통일전선체는 '통회사' 등으로 표기했다. 이들은 서로를 부를 때도 '최사장'(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 '장사장'(장민호씨) 등의 호칭을 사용했다. 새 회원을 포섭할 때는 본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손정목(42.구속)씨는 2003년 최기영씨에게 접근할 때 본명이 아닌 '손낙호' 또는 '손낙고'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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