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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죄송합니다. 어른이 될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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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에게 욕설하며 징계 중인 이천수(25·울산 현대)가 당사자인 김대영(44) 심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김심판은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용서와 조언으로 응어리를 풀어냈다. 이천수는 지난달 22일 인천전 도중 욕설한 것을 주심에게 보고하며 퇴장을 받게한 김심판에게 욕설하며 상벌위원회로부터 8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430만원을 받았다.

상벌위원회 자리에서 "심판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선뜻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31일 오전 훈련을 마친 그는 김심판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혹시나 자신과의 불미스런 일 때문에 은퇴하는 것은 아닌 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김심판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한 이천수는 이날 오후 늦게 김심판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퇴장받고 라커룸으로 향할 때부터 후회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습니다"라며 용서를 빌었다.

김심판은 "이미 경기장을 나설 때부터 용서했다"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어 "비디오테이프를 봐서 알겠지만 당시 상황은 명백한 핸드볼이었다. 앞으로는 설령 오심이라고 해도 욕설을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심판과 선수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 그라운드에서 만나야 한다"며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미 훌륭한 선수지만 앞으로는 존경받은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는 김심판의 말에 이천수는 "울산에 머물고 있어 전화로 사과드렸지만 언제 한번 직접 찾아뵙겠다. 마지막까지 좋은 판정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2006독일월드컵 심판에 포함되며 폴란드-에콰도르전, 잉글랜드-트리니다드토바고전과 독일-포르투갈의 3·4위전에서 부심을 맡았던 그는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물론 이천수 때문은 아니다. 98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으로 활약해온 그는 "내년이면 국제심판 10년을 채울 수 있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마음으로 이미 한 달 전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선배들이 체력테스트에서 낙방하며 끝이 좋지 않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물러나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텔과 사우나에 용품을 납품하는 덕영유통 전무이사직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강사나 감독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나설 것이다. 다음 월드컵에서도 한국인 심판을 배출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심판은 "이천수 퇴장건으로 마음이 무거웠는 데 전화를 받으니 후련하다"며 웃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26일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조촐하게 그의 은퇴식을 마련해줄 계획이다.

최원창 기자 [gerrard@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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