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미룰 시간 없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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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외 도전의 파고가 여러 갈래로 밀려들어 이에대한 대응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막중한 시기를 맞고 있다.
내일이면 민족사적으로 뜻깊은 남북 총리회담을 위해 연형묵총리등 북쪽 대표단이 서울에 오는가 하면 9일에는 브래디 미재무장관이 페르시아만사태에 따른 미 군비 분담금 협의차 서울에 오게 돼 있다.
국내 상황은 정부ㆍ여당에 의해 지난 봄에 이미 스스로 시인한 총체적 난국이 한치의 개선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사회를 억누르고 있다.
이같은 시급한 사태 전개에 대응하는 정책적 선택이 자칫 삐끗만 해도 우리의 국가ㆍ민족적 진운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는 중대한 갈림길에 우리는 서있다.
이런 위국을 헤쳐나가자면 모든 국민이 하나의 마음으로 슬기를 짜모으고 힘을 합쳐야 할 필요가 위중하다.
그 중에서도 앞장서서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으뜸가는 소임이어야 할 정치인들의 역할이 가장 막중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총리회담에 대한 협력의 필요를 지적하면서 아울러 「총체적 위기국면」 타개에 참여할 의중을 밝힌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총재는 13대 국회해산과 총선거 실시등 예의 선행조건 이행을 여권에 촉구했지만 기본적으로 여야대화 재개의 용의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야말로 공은 여권으로 넘어갔다. 무더기 의안 날치기 통과로 초래된 야권의원 총사퇴등 날카로운 여야 대치국면을 풀어야 할 책무는 이제 여권에 넘어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측이 소아적이고도 당략적 체면에 얽매여 우물쭈물하다가 눈앞에 다가선 정기국회의 정상화에 실기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런 시각에서 우리는 몇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여권은 김총재의 대화재개 신호를 겸허히 받아들여 의안 날치기 통과를 사과하고 개선방안을 즉시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현 정국의 근본적 불안요인인 내각제개헌 추진여부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것은 비단 야권및 국민에게만 효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권 내부의 절실한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여권이 최소한 이 두가지 매듭만이라도 성의있게 풀어나간다면 야권도 더이상 국회 정상화를 외면할 명분을 갖지 못할 것이고 정국의 정상화와 지자제등 현안의 깊이있는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계속되는 국회파행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외압이 몰려오고 있는 때에 내부가 단결하지 못한다면 그로인해 결과하는 대사의 그르침에 대해서는 여야할것없이 모든 정치인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의원직 사퇴 이유가 어떠했든간에 당을 해체하지 않는 한 평민당도 제1야당으로서 국정의 난국 타개에 조력할 책임을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은 정당간의 이해득실로 국가적 과제를 소홀히할 때가 아님을 여야는 다같이 맹성하고 국민 여망을 의식하여 큰 정치에 몸과 마음을 바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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